[식탁안전 지킵시다]중금속.농약.세균 '오염된 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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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식탁의 안전요소는 크게 영양과 위생, 두 가지로 분류된다.

영양이란 일상 식생활을 통해 섭취하는 음식물의 성분과 그 양의 균형문제를 말하는 것이고, 위생이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을 지칭한다.

식품안전과 관련한 이들 두 요소에 대한 인식도는 일반 소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차이가 난다.

96년 말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가 서울소재 3개 백화점에서 여성 소비자 1백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농약.항생물질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영양 측면에서는 콜레스테롤.지방.당분의 과잉섭취에 대해 각각 43%.42%.37%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미국 식품유통연구소가 9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도 잔류농약.항생물질.호르몬제.방사선 조사식품.식품첨가물.착색료 순서로 두려움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농약 등 화학물질에 더 민감한 것은 미생물 피해는 대부분 단기적인데 반해 농약피해는 장기적이고 암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의 식습관은 서양에 비해 동물성 식품을 덜 섭취하고 충분히 가열.조리해 바로 먹기 때문에 미생물 피해나 영양 불균형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외식.인스턴트식품.동물성 식품 선호가 높아져 미생물.영양 불균형에 따른 피해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 환자수는 지난 90년 6백18명에서 94년 1천7백46명, 96년 2천6백76명, 지난해 4천5백77명 (보건복지부 집계) 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일반의 인식과 달리 식탁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중 농약보다는 중금속오염이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이서래 교수가 각종 연구논문.자료 등을 활용해 식품 유해 화학물질의 위험순위를 매긴 결과 1위가 중금속이었고 2위가 잔류농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이미 1일 섭취허용량 (ADI) 의 94%에 이르는 중금속을 매일 섭취하고 있으며 잔류농약은 ADI의 5~15%, 식품첨가물.곰팡이 독소는 각각 ADI의 2%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해물질의 실제 1일 섭취량이 ADI의 10%를 넘으면 정밀조사.법적 규제가 요구되고 30%를 넘으면 노약자에게는 위험하다.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오염물질 피해사례는 미생물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97년 5월 식품의약국 (FDA).환경보호청 (EPA).농무부 (USDA).질병통제센터 (CDC) 등 미국의 식품위생을 책임지는 기관들이 공동으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식중독으로 연간 9천여명이 숨진다.

식중독 환자는 매년 6백50만~3천3백만명이 발생한다.

이 보고서에 전제된 대로 "식품위생관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된 나라" 에서도 이만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의 식중독 환자수는 연간 4천5백여명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당 식중독 환자수로 보면 미국 7명.일본 33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3명 정도다.

주로 익혀 먹는 식습관의 영향도 있지만 주로 환자 보고체계의 미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식품안전사고는 지난 77년 세균성 식중독에 의해 5천여명의 환자가 생긴 학교 급식빵 사고. 그후에도 미국산 쇠고기 병원성 대장균 O - 157균 오염, 수입 아이스크림 리스테리아균 오염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호르몬 등의 유해성이 새롭게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유전자 조작에 의한 콩 수입 등 품종 생산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이 등장하는 등 식품안전의 관심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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