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못 살린 '욘사마 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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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진 디지털뉴스센터 기자

"욘사마(배용준)가 살았던 집은 잘 봤지만 기념품 하나 살 수 없어 아쉽습니다."

땡볕 내리쬐는 지난 10일 오후 춘천시 강원도청 앞 '겨울연가' 촬영지. 드라마에서 준상(배용준)이 학창시절 생활한 한옥 앞에 수십명의 일본인이 줄을 서서 견학을 기다리고 있다.

이시카와(石川)현 고마쓰(小松)에서 왔다는 간노 후미코(管野富美子.52.주부)는 "서울에서 잠을 자고 기대 속에 욘사마 촬영지에 왔는데 주변이 너무 썰렁하다"며 "일본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촬영지 관광을 자랑하고 싶은데 기념품 파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시모토(石本.48)는 "일본 관광업계는 욘사마 특수로 한몫 챙기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는 지난달부터 하루 평균 300명이 넘는 일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10월 이후에는 하루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춘천시는 촬영지 곳곳에 안내 입간판을 세우고 한옥 앞에 소형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관광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관광객을 빈손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촬영지 앞에서 조악한 기념 메달을 팔고 있는 한 노점상은 "많은 관광객이 서울에서 배용준 사진이 들어간 비싼 목걸이를 샀다고 자랑한다"며 "춘천시는 '겨울연가' 열기를 관광 수입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말로만 지역경제 살리기를 외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관광 가이드 김명숙씨는 "촬영지 주변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두세시간 머물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며 "춘천 명물인 막국수나 닭갈비를 일본인들에게 알리는 이벤트라도 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에 몰려드는 일본인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춘천시가 앞장서 숙박시설을 단장하고 일본인이 좋아하는 새우깡.양파깡 봉지에 겨울연가 관련 사진을 넣어 팔면 어떨까. 일본 관광회사와 협력해 막국수.닭갈비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자. 시의 힘만으로 버거우면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 모처럼 찾아온 특수를 100% 활용하는 행정을 펴야 한다.

김태진 디지털뉴스센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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