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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수도 이전, 이렇게 밀어붙일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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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충남 연기.공주로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확정.발표했다. 국민투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나 야당의 특별위원회에서의 검토 요구 등은 모두 묵살했다.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다려보지도 않았다. 배짱과 오기로 똘똘 뭉친 모습이다.

이해찬 총리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과 몇달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국회 결정이 국민 의사를 무시했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논리다. 이와 함께 이 총리는 일부 학자와 언론이 올바른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도 이전에 반대 여론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어서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수도를 왜 옮겨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국토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과밀해소는 수도 이전의 이유로는 충분치 않고, 정부가 제시하는 비용도 무언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제시한 비용이 맞다고 하더라도 현 경제 상황에서 그런 돈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경직된 스케줄에만 맞춰 밀고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정부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일이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으니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것도 있기 어려운 발상이다.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거나, 틀린 법이라면 고치는 것이 국회나 정부가 할 일이다.

수도 이전은 이번 정권 내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이 어떻게 2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수도 이전을 오기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또 수도 이전 반대를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보아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