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토론회] 자살의견 7:1로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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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일 김훈 (金勳) 중위 사망사건의 사인규명을 위해 열린 토론회에는 법의학.수사 전문가 8명이 참가했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국방부가 주최했다.

◇ 토론회 = 양쪽 입장이 맞선 가운데 시종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자살론이 수적으로 압도했다.

타살론은 재미 법의학자 노여수 (盧麗洙) 박사만이 고수했다.

盧박사는 자살을 주장하는 황적준 (黃迪駿) 고려대교수 등 나머지 국내 법의학자.수사전문가 7명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토론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金중위의 머리 (정수리) 부분에 나타난 혈종 (血腫.일종의 멍) 의 발생원인. 외부충격에 의해 발생한 혈종으로 밝혀질 경우 金중위가 타살됐다는 유족측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

盧박사는 이 상처는 머리가 둔탁한 물건으로 심하게 얻어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黃박사나 문국진 (文國鎭) 고려대 명예교수는 "총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며 자살설을 뒷받침했다.

토론 말미에 우열은 분명해졌다. 黃교수나 이윤성 (李尹聲) 서울대교수 등 국내 법의학자 5명은 "자살일 가능성이 크다" 고 단언했고 노용면 (盧鎔冕) 뉴욕시립대교수는 "현재까지는 자살로 본다" 며 조심스럽지만 역시 자살쪽에 섰다.

이삼재 (李三載) 전 총경은 자살과 타살의 근거를 제시하며 양쪽의 입장을 분석한 뒤 "자살로 본다" 고 밝혔다.

결국 盧박사도 마지막에는 "모든 법의학적 의문점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면 할 말이 없다" 로 말을 맺었다.

토론회장에 유족으로 참석한 金중위의 아버지 김척 (金拓) 씨가 "7대1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토론회는 공정성이 결여됐다" 며 뒤늦게 항의했을 뿐이다.

◇ 법의학 대가들 참가 = 토론회에는 국내외의 내로라 하는 법의학자들이 나섰다.

황적준 교수는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사인을 밝혀냈던 인물로 현재 대한법의학회 이사이자 서울지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문국진 명예교수는 대한법의학회 회장으로 한국 법의학의 기초를 일궈낸 '대부' 격이다.

타살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재미 노여수박사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법의학 박사. 국방부는 盧박사 외에 현재 뉴욕 검찰의무원 부검 (剖檢) 책임자로 있는 노용면 교수까지 자문위원으로 위촉, 토론회에 불렀다.

이삼재씨는 경찰대학 수사연구소 연수계장 출신으로 서울경찰청 감식반장 때인 87년 오대양사건의 현장감식을 맡았던 경찰내 감식 전문가다.

채병건.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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