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 3개주 분리 독립 곧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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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남부의 3개 주가 중앙정부로부터 분리될 계획이라고 바스라주의 살람 알말리키 부지사가 10일 밝혔다. 북부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에서 터져나온 이 같은 발언은 이라크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주 시작된 시아파 '제2봉기'로 이라크는 선거 등 일반정치 일정 수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南)이라크 이슬람공화국=알말리키 부지사는 이날 남부지역 3개 주인 바스라.아마라.나시리야가 분리독립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지사는 나자프 유혈충돌 사태의 책임을 임시정부에 돌리면서 미군 철수, 총리의 사과, 피해자 보상도 요구했다. 그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바스라항을 폐쇄해 원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부지사가 다른 2개 주와 분리문제를 사전에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근 아마라주의 의회의장은 그의 발언을 옹호했다. 의장은 "미국이 임명한 정부의 독단적 정책과 점령군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고려하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연방제 분리는 1990년 걸프전쟁 이후 미군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의해 국토를 남.중.북부로 3등분하면서 거론돼온 시나리오다. 그러나 너무 민감해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 왔다. 후세인 정권하에서는 분리주의 발언이 반역죄에 해당됐다. 또 최근 분리독립을 원하는 쿠르드족조차 공개적으로는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태산=남부의 과격 시아파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10일 저항세력은 바그다드에 위치한 다국적군 사령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나자프에서 시작된 마흐디군의 저항은 바스라.아마라 등 시아파 밀집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군은 나자프에 주민 소개령을 내리고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했다. 또 탱크까지 동원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따라서 8월 중순으로 2주간 연기됐던 국민회의 소집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공식정부 수립을 위한 정치일정의 첫단추도 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7개월 시한의 임시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1월 제헌의회 선거도 실행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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