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北 미사일,日도 미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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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이 독자적인 군사첩보위성도입과 전역미사일방위 (TMD) 체제 구축을 천명하고 나서자 한국정부와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일본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 계획이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대한 대응조치가 아니라 과거부터 미국과 추진해 온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 8일 방한한 노로타 호세이 (野呂田芳成) 일본방위청장관을 만나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대해 (일본이) 과도하게 대응할 경우 전체 동북아 안보질서에 바람직하지 않다" 며 "첩보위성도입과 TMD체제 구축문제도 지역안정과 조화롭게 대응해야 한다" 고 밝혀 일본의 군사력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장쩌민 (江澤民) 주석도 "일본이 자위 (自衛) 를 넘은 행동을 취해 지역의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 말해 한국정부와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관심의 초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일본이 왜 독자적인 군사첩보위성과 TMD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주변의 역학관계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일본의 TMD계획구상은 애당초 미국의 전략방위구상 (SDI) 개념에서 비롯했다.

지난 80년대 초부터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소련과 중국의 전략핵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러한 구상이 나왔다.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TMD계획은 한동안 이론적 연구대상에만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가 이번에 북한이 사정거리 2천㎞가 넘는 대포동미사일을 개발하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TMD체제란 적국의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공격시 이를 요격하기 위한 문자 그대로 첨단요격미사일시스템을 말한다.

기존의 패트리어트미사일이 주로 재래식 전술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TMD는 전략핵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한 단계 높은 개념이다.

따라서 이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도의 군사첩보위성 구비가 필수적이다.

쉽게 풀이해 TMD란 결국 우주권까지 활동하는 새로운 전략무기체계 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일본정부가 TMD는 순수방어시스템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본이 일단 TMD체제로 무장하고 나면 그 자체로써 이미 군사대국의 완벽한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다 핵탄두만 얹으면 일본이 그야말로 군사초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볼 때 올해 들어 일본내에 부쩍 한반도위기설이 대두되고 북한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해 차제에 기존의 피동적인 전수방어 (專守防禦) 태세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인 지역방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예사롭지가 않다.

이는 일본자위대가 이제 유엔평화유지활동 (PKO) 참여를 본격 검토하고 있고, 일본주변 유사시 자위대 역할 및 행동반경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어 더욱 그 추이가 주목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한.일 양국이 미군의 지휘아래 전략적 군사협력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막상 일본의 TMD체제 및 첩보위성무장과 자위대역할 확대가 현실화되면 동북아지역에서 전혀 새로운 첨단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반도 안보상황은 일본의 전략정보시스템에 완전히 노출되게 될 것이며 중국은 중국대로 자국에 대한 '포위망' 이 구축됐다고 보고 핵항모 및 핵잠수함 건조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핵전략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마디로 한반도 주변상황을 오히려 더 불확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북한의 무모한 장거리미사일 개발계획 및 핵무장 저의를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개발.배치를 강행하면 할수록 남북한 군비경쟁의 가속화는 물론 일본의 군사력강화에 명분을 줄 것이고 이는 다시 한반도 긴장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여기에다 작금 핵시설로 의심받고 있는 금창리 지하시설 공개문제로 인해 한반도에 또다른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면 남북한 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빠지게 돼 TMD체제 등 일본의 전략적 중무장계획이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 모두를 갖추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결국 일본의 군사대국화 여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북한의 태도변화에 달려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동북아 평화는 물론 장차 통일한국의 안보와 한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핵 및 미사일 외교 같은 지극히 위험한 전략게임 환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남주홍 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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