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KBS드라마 '천사의 키스'출연 코미디언 임하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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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애드립도 통하지 않고 갑갑하기도 해요. " KBS 미니시리즈 '천사의 키스' 의 녹화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얼굴이 뜻밖이다. 다름 아닌 코미디언 임하룡 (47).

스튜디오 번호를 잘못 알고 들어선게 아닌가 하는데 가방에서 대본을 꺼낸다. 밑줄까지 그어가며 한줄 한줄 대사를 밟아가는 게 신인 못지않게 진지하다.

"드라마는 데뷔 17년만에 처음이예요. " 처음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공들여 쌓아 온 이미지에 왜 모험을 거느냐는 것이었죠. " 얘기를 들어보면 드라마 출연이 순간의 결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땐 트위스트 춤과 허장강씨 흉내로 유명했던 응원단장. 연기는 사복을 입고 몰래 '극장 쇼' 를 기웃거리던 시절부터 품었던 '오래된 꿈' 이었다.

실제 탤런트 공채 시험을 두번 보기도 했다는 것. 그렇다고 코미디 연기를 달리 생각하는 건 아니다.

"코미디언이나 탤런트나 한 울타리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 단지 웃기는 연기뿐 아니라 울리는 연기도 욕심이 난다는 것. 차이점이 뭐냐고 묻자 "코미디의 경우 '웃음' 에 포인트를 두기 때문에 대사보다 상황이 더 우선시 되는데 비해 드라마는 변주의 공간이 좁고 정석으로 풀어나가는 것 같다" 고 대답한다.

그런 만큼 각오가 대단하다. "나중엔 전원일기의 최불암씨 같은 역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함께 출연하는 차승원은 "처음엔 앞에 선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와 NG를 내기도 했다" 고 털어 놓는다. 신승수 감독의 새 영화 '얼굴' 에서는 시골동네에 '군림' 하는 살벌한 깡패로도 출연한다. 변화의 고삐를 놓지 않는 그의 욕심이 아름답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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