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 창단기념 히트작 재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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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산울림. 한번의 외침이 다시 그 반향을 낳는 덕일까. 명멸하는 많은 단체 속에서 극단 산울림 (대표 임영웅) 은 30년을 하루같이 우리 연극계 중심에 우뚝 서있었다.

앞으로만 앞으로만 달려온 산울림이 이제 차분히 지난 30년을 돌아보는 무대, 바로 '극단 산울림 창단 30주년 기념 명무대 시리즈' 를 마련한다.

산울림의 경륜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낼 이번 기획공연은 단순히 한 단체의 레퍼토리를 잇따라 보는 자리라기보다는 동시대 한국인들과 함께 호흡한 히트작을 통해 우리 연극의 지나간 발자취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계 안팍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 한해동안 이 시리즈를 통해 윤석화.박정자.손숙으로 손꼽히는 연극계 여배우 빅 3의 1인극 (또는 주연 작품) 과 산울림의 대장인 연출가 임영웅씨의 필생의 역작이자 산울림 탄생의 배경인 된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가 차례로 선보인다.

첫 출발은 21일부터 3월 28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막이 오르는 박정자 주연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02 - 334 - 5915. 이 작품은 아줌마 부대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사회현상까지 불러일으켰던 산울림의 잇따른 여성관객을 위한 연극의 하나.

91년 초연 당시 8개월 공연 동안 5만여명의 관객이 산울림소극장을 다녀갔다. 또 그해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주연상.연출상.번역상 4개 부문을 석권해 흥행 성공에다 예술성까지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프랑스 여류작가 드니즈 샬렘의 자전적 작품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서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애증의 관계인 엄마와 딸의 심리를 잘 다루고 있다. 초연에 이어 박정자의 원숙한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딸 역은 뉴욕에서 연기를 공부한 우현주씨가 맡는다.

4월에는 윤석화의 1인극 '목소리' 가 무대에 오른다. 또 9월에는 손숙의 모노드라마로 '위기의 여자' 를 만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 가 11번째 국내공연을 갖는 것은 물론 11월 중에 일본 초청공연도 계획중이다.

임씨는 "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초연 30주년에 맞춰 도쿄등 2~3개 도시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 이라고 밝혔다. 산울림은 이상 4편의 명무대와 함께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편의 창작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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