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상에게 듣는다]2.월마트 바비 마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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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앙일보가 신년특집으로 준비한 '위기의 해법, 경제정상에게 듣는다' 기획의 2번째 순서로 유종근 전북지사 겸 대통령 경제고문이 미 아칸소주 벤튼빌의 월마트 본사에서 바비 마틴 사장을 만났다.

마틴사장은 84년 월마트에 정보처리 담당이사로 옮기기 전까지 딜라드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만 29년간 일해온 전문경영인. 특히 유통관리 시스템과 유통정보 기술분야의 전문가다.

월마트에서 기업정보 시스템 부사장과 최고정보 책임자를 지낸후 93년부터 국제담당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이 기획은 KBS의 협조로 제작됐다.

[만난사람=유종근 전북지사.대통령 경제고문]

▶유종근 지사 = 월마트는 '매일 최저가격 (Everyday Low Price)' 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며 사실인가요.

▶바비 마틴사장 = 설립자인 샘 월튼이 세운 것으로 가장 싼 값에 좋은 물건을 팔겠다는 뜻이며 우리의 사명이자 고객에 대한 의무입니다. 샘 월튼은 항상 '고객은 왕' 이라고 강조했지요. 고객에게 약속을 했다면 반드시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서 만약 다른 가게에서 어떤 품목을 할인판매 해서 우리보다 싸다면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값을 내리거나 가격차이만큼 돈을 되돌려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고객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며, 반드시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유 = 이런 제도의 혜택을 받는 고객이 많습니까.

▶마틴 =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언제나 이러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 = 지난해 7월 월마트는 한국에 1억8천1백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월마트의 한국 진출로 한국의 소매유통업계가 떠들썩했지요. 투자배경은 무언지요.

▶마틴 = 한국은 언젠가는 진출하고 싶었던 시장이었습니다. 5년전부터 아시아, 특히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며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한국시장에 진출해야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참에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유 = 한국에서 마크로를 인수했던 것처럼 월마트는 경영난을 겪는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다른 한국기업들을 인수할 계획이 없습니까.

▶마틴 = 소비자들과 다른 모두에게 보탬이 된다면, 다른 기업을 다시 인수하는 것도 우리의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되겠지요.

▶유 = 한국의 일부 제조업체들이 월마트에 제품공급을 중단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마틴 = 월마트가 들어서면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고객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나아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에서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을 위해서나 소비자를 위해서 이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 한국 매장에서 한국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요.

▶마틴 = 95%를 웃도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판매되는 대다수 제품들이 한국 제조업체들이 납품하는 것들이지요.

▶유 = 생각보다 상당히 높네요.

▶마틴 = 한국 소비자들도 굳이 국적을 따지진 않지만 나름대로 매우 독특한 개인적인 취향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용 세제에서부터 청결제에 이르기까지 선호도가 매우 뚜렷한 편이란 얘깁니다. 이처럼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게 한국 소비자나 국가경제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월마트는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제품을 사서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제품을 발굴해서 미국을 비롯, 캐나다.남미와 유럽각지에 판매할 생각입니다.

▶유 = 몇년간에 걸쳐 한국시장을 조사했다고 했는데, 한국시장의 어떤 점에 주목하셨나요.

▶마틴 = 우리는 20년전부터 한국업체들과 거래해 왔기 때문에 그만큼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새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조사해야 할 것이 고객입니다. 고객이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또 이들 고객들에게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만족을 줄 수 있는 가등을 조사해야 했지요.

▶유 = 조금 민감한 문제입니다만 한국영업담당 사장으로 홍콩계 중국인을 임명했는데, 한국인 가운데서는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셨나요.

▶마틴 = 장기적으로 우리는 전 세계에 나가있는 월마트가 현지인에 의해 경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멕시코가 대표적인 예지요.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그런 기회가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는 어떤 시장에서든지 열린 마음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현지 시장을 존중하면서 이끌고 갈수 있는 사람을 중요시 합니다.

▶유 = 소매유통업에 종사하는 간부들이 갖춰야 할 자격과 전문성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마틴 = 타협하지 않고 고객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지요. 고객들은 항상 자신이 돈을 쓰는 매장에서 정당하게 대우받고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월마트는 매일같이 최고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고객에게 밝은 미소와 깨끗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또 혁신적이고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지요.

▶유 = 고객의 입맛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요.

▶마틴 = 고객 및 거래처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나눕니다. 우리가 해야할 것, 해서는 안될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에 대해 고객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또 고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비판을 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런 고객들의 의견은 회사의 판매전략에 반영될 뿐 아니라 제조업체에 전달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항상 고객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 = 월마트는 한국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시장에 뿌리를 내리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마틴 = 한국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업체들이 있습니다. 이들과의 경쟁이 앞으로 한층 격렬해 질 것으로 봅니다.

▶유 = 한국의 경쟁업체인 이마트나 킴스클럽과 비교할 때 월마트의 강점과 약점은 무어라고 봅니까.

▶마틴 = 거명하신 두 업체 뿐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들도 모두 쟁쟁한 경쟁업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장점이라면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자세와 항상 보다 효율적인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해 그 이익을 고객과 나누려는 것입니다. 이 점이야말로 시장에서 우리의 큰 강점입니다.

▶유 = 매일 최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부적으로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하시나요.

▶마틴 = 회사 직원들부터 다른 회사와 차별을 이뤘다고 믿습니다. 저희 종업원들은 성취동기가 뚜렷합니다. 그래서 사업전반을 개선할 아이디어만 내놓는 팀도 있지요. 또한 공급업체들과의 협력을 긴밀히 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덕분에 생산단계에서부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지요.

▶유 = 구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납품업자들과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유지합니까.

▶마틴 =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생산자들은 우리를 소비자로 생각하지만 진짜 목표는 우리가 아닌 소비자들이죠. 우리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조업체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가 보다 효율적으로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제조업체는 낮은 비용으로 재고를 줄이면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제조업체와 우리 같은 소매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지요.

▶유 = 한국 소매유통업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마틴 = 아직 한국을 잘 몰라서 조심스럽군요. 하지만 새로운 참여자로서, 미국에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유통업자든 생산자든 어디서나 최선의 아이디어를 택하고 변화에 기꺼이 적응하려는 노력을 펼치면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소비자를 위하는 것이 됩니다.

정리 =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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