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29호 사태]여야 의총.국회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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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529호실 사태' 를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는 결국 5일 여권이 국회 본회의에서 70개 의안을 단독 처리함으로써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그러나 6, 7일 본회의에 상정할 법안을 처리키 위해 여당 단독으로 열려던 법사위는 한나라당 의원 7백여명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됐다.

◇ 본회의 단독 법안처리 = 이날 오후 3시25분 김봉호 (金琫鎬) 부의장이 의사봉을 잡은 뒤 70개의 법률안을 모두 통과시킨 데 걸린 시간은 단 15분. 제안 설명도, 찬반 토론도 없이 "이의 없습니까" "예"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로 이어진 문자 그대로의 일사천리 국회였다.

참석한 여권 의원들은 과반수 (1백50명) 를 간신히 넘긴 1백54명. 집권 후 처음으로 여권이 야당 불참속에 의안을 단독 처리한 것이다.

이에 앞서 국회 146호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불참을 결정한 뒤 대기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 통과와 안기부 정치사찰 규탄대회' 를 갖는 등 격앙된 표정.

◇ 여야 의총 =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총에서 제일 논박이 치열했던 쪽은 역시 한나라당. 전날부터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4~5차례에 걸친 회의에서도 이렇다할 원내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혼선이 계속됐다.

야당이 의총에서 실력저지와 민생법안 처리 허용 사이를 맴돌며 설왕설래하는 사이 이미 본회의에는 金부의장이 사회봉을 쥐고 있었던 것. 이날 의총에서 김문수 (金文洙).안상수 (安商守) 의원 등은 "당 자체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 민생걱정을 하는 것은 과분한 일" 이라고 표결불참을 촉구. 반면 맹형규 (孟亨奎).이상배 (李相培) 의원 등은 "오늘 본회의에 상정된 70여개 민생 안건은 협조해줘야 지역구에 가도 할 말이 있다" 고 참석을 호소했다.

결국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오늘 회의는 들어가지 않는다" 며 의장실 봉쇄를 지시. 그러나 이미 金부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어 봉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 여권 대책회의 = 이날 오전 국회 국민회의 총재실에서 열린 국민회의.자민련의 공동대책위에서는 '529호실 사태' 에 대해 단호히 강공 (强攻) 으로 나가기로 결정. 한나라당의 동기가 불순하다는 결론을 내린 때문. 회의에서는 "529호실을 덮치자는 한나라당의 카드는 지난 추석때 나왔었다" 는 발언이 나왔다고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이 소개.

회의는 또 '529호실 사태' 는 한나라당의 경제청문회 무산용이자 이회창 총재의 지도력 부재 등 당내 입지 축소에 따른 내분 수습용이라고 결론내렸다고 鄭대변인은 전언.

최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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