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석 제자 찾아가던 여교사 교통사고 참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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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병석에 있는 제자를 보살피기 위해 밤길을 달려가던 여교사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난 2일 오후 9시쯤 경기도고양시일산구성석동 일산기도원 앞 국도에서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가던 서울 선일여고 권혜영 (權惠榮.38.여) 교사가 마주오던 지프승용차와 충돌, 서울은평구갈현동 하나병원으로 옮겼으나 3일 새벽 숨졌다.

2학년 담임인 權교사는 이날 중병을 앓아온 제자로부터 "부모님은 외출하고 안 계신데 갑자기 통증이 온다. 너무 아프니 도와달라" 는 전화를 받고 일산 집에서 파주 제자의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權교사는 고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12년째 선일여고 교사로 재직해 왔으며 증권사 직원인 남편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다.

"개학하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그러시더니…. " 사고 소식을 듣고 영안실을 찾아온 학생들은 權교사의 가방 안에서 병석의 제자를 위해 준비했던 김밥을 발견하고 모두들 울음을 터뜨렸다.

장혜수.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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