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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529호실 사태' 파문확산…안기부,이총재등 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회 529호실 사태' 로 정치권이 신년 벽두부터 대격돌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31일 529호실 강제진입을 통해 입수한 안기부 직원의 '정치사찰 의혹문서' 56건중 12건의 사본을 2일 공개하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 등 관련 간부를 안기부법 위반혐의로 구속할 것을 촉구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안기부 직원이 작성한 내각제 전망 등에 관한 메모가 포함돼 있다.

국민회의는 이 사태를 헌정질서와 국회를 파괴한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사건가담 의원들에 대해 모든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여당은 또 국회에 제출된 여야의원 10명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7일 종료예정인 임시국회 회기중 처리키로 했다.

이같은 여야의 대립으로 각종 법안 등의 임시국회내 (7일) 처리 전망이 흐려졌으며, 8일부터 여권이 착수할 방침이었던 경제청문회는 상당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사무처와 안기부는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관련인사 45명을 비밀침해 및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청에 고발했다.

◇ 여당 = 국민회의는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정보위 자료 열람실 난입사건은 의회민주주의를 무너뜨린 폭거며 국가기밀을 탈취한 명백한 범죄행위" 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는 1일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공동대응을 결의했다.

한편 청와대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처사를 "명백한 불법행위" 라고 비난하고 "의심이 간다고 해서 국가기관에 들어가 기물을 파괴하고 문서를 탈취한다면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 한나라당 = 한나라당은 529호실에서 수거한 정치관련 문건 12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안기부 직원들이 본부에 예산을 신청한 '국회 현안 관련 여야 대치 동향 및 국회개혁방안 심의방향 파악 협조' 문서와 첩보보고서 양식에 작성한 '국회정치개혁특위, 안기부장의 인사청문회 대상문제로 여야간 공방'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회창 총재 주재 간부회의는 이종찬 부장 등 안기부 관계 간부의 구속수사 요구와 함께 사태의 대응을 맡을 당 정치사찰대책위 (위원장 崔秉烈) 를 구성키로 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안기부가 3당의 국회활동과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정치사찰을 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며 "문서 생산일자가 지난해 6월부터 돼있는 점으로 보아 이때부터 조직적인 정치사찰 활동이 재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 주장했다.

한편 박희태 (朴熺太) 총무는 "새로 구성될 대책위에서 대여투쟁과 국회일정과의 연계여부 등을 논의할 것" 이라며 국회 계류중인 각종 법안들과 경제청문회 등 현안과 관련한 여야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안기부.검찰 수사 = 안기부는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한 이신범 (李信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이회창 총재 등 강제진입에 가담한 한나라당 의원.당직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엔 "한나라당이 정보위 자료열람실에 불법 난입, 국가기밀문건과 연락관의 사물을 탈취해 정략적인 목적으로 그 일부를 공표한 행위는 있을 수 없는 불법행위" 라고 밝혔다.

안기부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무단절취한 문건에 대해 배포금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검 남부지원에 신청했다" 고 밝혔다.

한편 남부지청은 즉각 형사1부 원성준 (元聖峻) 부부장과 수사검사 2명으로 전담반을 편성한데 이어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감식요원 6명을 국회 현장에 투입, 30여개의 지문을 채취하는 등 기초 조사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적용 법률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이는 한편 이날 수집한 기초 자료 분석을 마치는대로 이른 시일내에 국회 사무처 직원 등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소환대상자를 정할 방침이다.

김석현.전영기.김창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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