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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자산관리 및 투자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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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세는 지난해 10월 일반 분양가보다 3억 원 가량 올랐다. 하루는 한 주민이 재건축 조합원 분양물량 204㎡(62평)형을 32억 원에 팔고 싶다고 연락했다. 238㎡(72평)형 낮은 층 일반 분양가격이 22억5천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어이가 없는 가격이다. 그만큼 주민들이 들떠 있다."

"집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 한 애기 엄마는 작년 9억 원에 샀던 113㎡(34평)형이 12억 원으로 뛰었다고 했다. 또 다른 엄마는 작년에 271㎡(81평)형을 23억 원에 샀는데, 30억 원이 됐다고 많이 좋아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이하 반포 래미안)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와 주민의 말이다.(8월초 모 인터넷 뉴스 기사 中)

“원유값이 작년 말에 배럴당 39달러였는데 지금 70달러를 왔다 갔다 하네요..6개월 사이에 2배나 올랐어요.금 값도 온스에 860달러 하던 것이 지금 940달러를 하네요..진작에 투자를 해 놨어야 하는데..제가 늘 이렇죠..뭐” ( 얼마 전 자산관리 상담을 했던 모 연구소 연구원)

시중에 ‘대공황’이나 ‘몰락’,’붕괴’,’패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한때 대 유행이었다. 세계경제가 2007년 가을부터 시작해서 침체하기 시작해서 미국의 대 공황에 버금가는 아니 더 심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에 누구나 동의를 했었다.하지만 각국의 양적 완화정책(통화량무한공급)과 함께 금리인하 등으로 인하여 이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의 공포에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왔고 오히려 풀었던 돈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는 ‘출구전략’ 정책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래에는 인플레이션을 통화팽창이라고 보았고, 유효수요이론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총수요(소비수요와 투자수요의 합계)가 사회적 총공급(소비수요와 저축의 합계)을 초과하는 현상으로 보았었다. 최근에는 물가수준의 지속적 상승과정으로 보고 그 원인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공급보다 수요가 초과인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되고 산업별 비용증가로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실질적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즉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의 지속적인 발행과 각 나라별로 통화공급을 늘리면서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그만큼 원자재나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정부에서 긴축재정 정책을 펴서 통화량을 줄이고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인플레이션이 오지는 않았고 그 기미가 보인다는 것 뿐이기 때문에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는 자산관리 전략을 세워서 단계적으로 실천하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기본 전제는 통화량증가와 물가인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에 있어서도 원자재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실제로 유가의 경우에는 올해 들어서만 거의 90% 이상 가격이 올랐고 금이나 기타 원자재의 가격도 상승추세에 있다.우리가 금이나 원유,농산물 등의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실물을 투자하는 것과 함께 펀드 등의 간접금융상품과 DLS(파생결합증권(Derivatives Linked Securities)나 원자재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ETF등이 있다.ETF는 2009년 가을 이후에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될 전망이다.

D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의 변동과 연계하여 미리 정하여진 방법에 따라 지급금액 또는 회수금액이 결정되는 권리가 표시된 것으로, ELS (Equity Linked Securities :주가연계증권)가 기초자산이 주가 및 주가지수등에 국한되었던 것에 반해 DLS의 경우는 주가, 주가지수를 포함하여 이자율, 통화(환율), 주가, 신용위험의 지표(기업신용등급의 변동, 파산 등), 실물자산(금, 원유)등 매우 다양한 투자처에 투자가 가능하다.

채권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도래되면 오히려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이자율이 같더라도 물가상승을 감안해서 실질 수익률을 봐야 하기 때문에 이자 지급식 채권이나 기타 금융상품은 투자의 장점이 반감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에 투자를 하더라도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나 이자를 올려줌으로써 물가상승 분 만큼 실질가치를 보장해주는 물가연동국채(TIPS)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실제로 8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의 상황에서 자산 유형별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물가가 올라갈수록 국채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주식시장은 변동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주택가격 상승률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일정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RB 상품지수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은행의 정기예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인플레이션인지 디플레이션인지 아니면 중간단계인 리플레이션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참고해야 할 지표들에는 금리, 장단기금리차(특히 국고채 10년 물과 물가연동채권 10년 물의 차이), 통화량, 유가, 원자재가격,환율,소비자태도지수 또한 물가연동채권(TIPS)과 국고채수익률의 차이를 통해서도 대략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이 지금인 인플레이션이니까 어떻게 투자하고 지금이 디플레이션이니까 투자방법을 갑작스레 변경하기에는 투자금액이나 여건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건 시장의 기본수익률 이상의 나름대로 목표수익률을 정해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고 다만 3년 정도의 투자기간을 본다면 위에 언급한 다양한 투자관련 지표들을 참고해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따른 투자전략을 세우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여하튼 지금 전세계적으로 돈은 많이 풀려있고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로 간다면 다시 한번 전체적인 투자상황과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서 운용자금의 20% 내외는 원자재 등의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편입하는 것이 좋겠고 일부는 주식,펀드 등의 상품,부동산에 대한 재점검도 고민해 보도록 하자.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