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이에게 청소시킬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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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략의 탄생
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지음
이건식 옮김
쌤 앤 파커스
656쪽, 2만5000원

두 가지 종류의 선택이 있다. 하나는 ‘나무꾼의 선택’이다. 나무를 벨 때 나무가 자신에게 저항하리라는 전제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좋은 나무만 고르면 된다. 다른 하나는 ‘병사의 선택’이다. 전쟁터에 나선 병사는 자신을 넘어뜨리려는 상대와 맞닥뜨린다. 상대의 전략을 예측하고 극복해야 승리할 수 있다. 살면서 늘 나무꾼의 선택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삶이란 전략적 선택의 연속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세계와 국제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친구 또는 애인 관계, 심지어 자녀까지도 내 ‘전략’에 ‘전략적’으로 응수하게 마련이다. “방 청소 좀 하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축구 연습해야 하니 내일 할게요”라는 식의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을 구사하기 일쑤다. 그럴 때 부모는 위협이든 보상이든 확실한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구사해야 한다. “오후 5시까지 안 해놓으면 저녁밥이 없다”는 위협이나 “청소를 하면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주겠다”는 보상을 확실하게 실천해 믿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늘 아이에게 끌려 다니고 만다. 대북 관계에서 수없이 봐오지 않았던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와 예일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는 저자들은 지금까지 나와 있는 ‘게임이론’을 망라하고 역사 속에서 뛰어난 승자들이 구사한 전략을 분석함으로써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승률 높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한다. 거기에는 ‘전략의 10가지 기본 법칙’ ‘전략의 신뢰도를 높이는 8가지 방법’처럼 수학공식처럼 외웠다 적재적소에 써먹을 수 있는 전략적 사고의 기술이 담겨있다. 하지만 전략적 사고란 무조건 상대를 쓰러뜨리는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호의’가 아니라 ‘이기심’에 의해 움직일 경우에조차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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