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탄탄한 인도, 3~5년간 아시아 최고 투자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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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올여름 인도 증시는 목이 탄다. 몬순기간(6~9월)에 닥친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이 타격을 입으면서 주식시장의 활기가 떨어졌다. 인도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2%에 그쳤다. 하지만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티이라 찬퐁상(43·사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투자매력이 큰 나라는 인도”라고 말한다. 그는 15년 동안 인도·태국 등 아시아지역 신흥시장 펀드를 운용해 왔다. 20일 한국·홍콩·대만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 콜(전화 간담회)에서 그는 “단기적으로 인도증시는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앞으로 3~5년간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지금이 장기투자자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경제의 힘을 탄탄한 내수시장에서 찾는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인도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경기침체 속에서 인도의 1분기 GDP가 5.8% 상승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대신 12억 명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소비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5세 이하 젊은 층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데다 중산층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찬퐁상 매니저는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1000달러 수준이고 자동차 보급률도 1%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내수소비의 성장 잠재력이 큰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5월 총선으로 정치적인 안정도 이뤘다. 집권당이 승리하면서 연금·보험 개혁과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등 경제개혁 정책이 힘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기대감으로 인도 선섹스지수는 총선 직후 하루 만에 17% 넘게 오르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조만간 내놓으면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산업생산과 시멘트 생산이 최근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가 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평균(0.5%)이나 신흥경제권 평균(3.3%)을 크게 앞선다. 물론 이번에 인도를 덮친 가뭄은 근심거리다. 농업은 인도 GDP의 17%를 차지한다. 농산물 생산이 줄면서 곡물가격이 뛸 조짐도 나타난다. 하지만 찬퐁상 매니저는 “인도 경제가 가뭄의 영향을 받겠지만 과거만큼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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