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인가 사실인가 … 사진의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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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Falling Soldier) [라이프지 사진=중앙포토]

스페인 내전이 치열했던 1936년 9월, 한 전투에서 ‘인민전선’의 병사가 총을 맞고 쓰러진다. 이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은 사진잡지인 라이프에 실리며 전쟁사진의 고전이 됐다.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1913~54)는 이 사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베트남 독립전쟁 현장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하면서 ‘사진 저널리즘의 전설’로 남았다.

그런데 카파의 대표작인 ‘쓰러지는 병사’가 조작된 연출사진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9일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대학의 호세 마누엘 수스페레기(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의 저서 『사진의 그늘(Shadows of Photography)』 내용을 소개했다.

수스페레기는 사진이 찍힌 곳은 널리 알려진 대로 코르도바 북부의 세로 무리아노가 아닌 55㎞ 떨어진 에스페호란 마을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사진과 연달아 찍힌 다른 사진들을 코르도바 지역 역사학자들과 도서관에 보내 문의했고, 사진이 에스페호에서 찍힌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소식을 접한 바르셀로나의 ‘엘 페리오디코 데 카탈루냐’ 신문은 에스페호에 기자들을 보내 직접 사진을 찍어봤다. 그 결과 ‘쓰러지는 병사’의 배경 능선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수스페레기는 또 “세노 무리아노는 숲이 우거진 지역이어서 벌판이 펼쳐진 사진의 배경과는 판이하다”고 덧붙였다. 역사학자들은 카파가 사진을 찍을 당시 에스페호에선 전투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카파의 사진들을 보관 중인 뉴욕 국제사진센터(ICP) 측은 “사진 내용은 진실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고 반응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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