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효고현 히메지성 천수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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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일본은 영주들끼리 수많은 전쟁을 하면서 성을 쌓는 기술이 발전합니다. 특히 천수각(天守閣: 덴슈카쿠)은 한국과 중국에도 없는 독창적인 양식의 건물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12개입니다. 그중 가장 온전하게 보존된 히메지(姬路)성(城) 천수각은 빼어난 아름다움에 일본 최고의 성으로 꼽힙니다. 히메지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위인 이케다 데루마사가 1609년 크게 개축한 성입니다. 히메야마에 14.85m 높이의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세운 높이 31.5m짜리 7층 천수각은 당시 일본의 목조건축 기술이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히메지성은 교묘한 나와바리(繩張: 평면계획)로 적군이 천수각에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진입로의 폭이 넓었다 좁았다 하며 구불구불하여 진격이 쉽지 않고, 무작정 내달리다 보면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아군과 마주치게 됩니다. 천수각 외부의 모든 벽은 누리고메(塗籠: 회를 두텁게 바르는 공법) 처리를 하여 화공을 방지했습니다. 출입문은 두터운 목재에 철판을 씌워 철옹성이 따로 없습니다. 그 밖에도 곳곳에 기기묘묘한 방어시설이 있어 해설사와 함께해야 참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히메지성은 한 번도 전투를 치른 적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막부 말기 천수각을 포위한 신정부군에 상인 기타가제 쇼조가 15만 량을 헌상하여 전투를 막았습니다. 태평양 전쟁 때 천수각이 백색 건물이라 미군의 폭격을 받기 쉽다고 생각해 검은 망을 씌웠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 말기인 1945년 7월 3일 소이탄이 천수각에 떨어졌습니다만 주민들의 염원 덕분인지 불발됐습니다. 다음 날 아침 무사한 천수각을 본 히메지시 주민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199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