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빨강이라고 다 같은 빨강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술가가 보여주는 미묘한 색감
올 여름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에서는 오색찬란한 색의 향연이 한창이다. 오는 30일까지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고양시가 후원하는 'Color X Art X Play : 색 X 예술 X 체험’ 전이 열리고 있는 것.

이번 전시는 색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풍선을 던지는 등 놀이에 치중했던 여느 체험전과는 다르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회화·영상·조각·설치 미술가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색의 미묘한 느낌과 특성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지윤 큐레이터는 “빨간색이라고 다같은 빨간색이 아니다. 한가지 색에도 여러가지 느낌이 있다”면서 “예술가는 오랜 시간 색을 연구하고 고민해 사용하는 까닭에 색의 품격이 남다르다. 이런 색을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색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예술작품을 통해 삼원색·명도·채도 등 색의 원리를 깨닫게 해준다. 가히 색채 교과서라 할 만하다. 전시작품의 대다수가 알록달록한 색감과 함께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움직여 완성시켜가는 설치작품이다. 작품 하나 하나를 꼼꼼히 보고 참여하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색 원리와 조화 느끼다


전시는 1, 2층에서 함께 열리고 있다. 1층은 보고 느끼는 색으로, 국대호 작가의 회화 및 설치미술가 전가영·정선희·이상은씨 작품을 전시한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방에 놓인 의자 3개가 눈에 들어온다. 전가영 작가 작품이다. 의자는 자연염료로 염색된 한지로 쌓여있고 그 뒤에는 조명이 설치돼 있다. 의자에 앉으면 불이 켜지면서 한지를 통해 발산되는 빛이 오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품은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은 빛이 물체에 부딪쳐 반사된 것이라는 색의 발생 원리와 색의 삼원색, 빛의 삼원색을 설명해준다.

이상은 작가는 선명한 5가지 색상의 블록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간이 겹겹이 쌓이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재창조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레고 블록을 옮기며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 발길 돌릴 생각을 않는다.

2층엔 노랑·초록·파랑·빨강·핑크의 5가지 색채방이 있다.
노랑방은 김형석 작가가 ‘별이 된 사나이가추수한 노랑’이란 제목으로 꾸몄다. 이 방의 작품은 관람객이 노랑종이를 구겨서 던져 종이가 수북이 쌓여야만 완성된다. 노랑은 김 작가가 반 고흐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작품에 주로 사용하는 색이다.

핑크방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방 전체가 핑크 일색인 이곳에는 갖가지 모양의 귀여운 쿠션이 가득 차 있다. 김하림 작가가 직접 만든 쿠션들이다. 이 큐레이터는 “핑크는 치유와 편안함을 상징하는 색”이라며“근육을 풀어주고 긴장을 완화시켜 기분 좋게 만든다”고 말했다. 편안하게 관람을 끝내게 하기 위한 기획자의 배려가 엿보인다. 입장료 일반 3000원, 19세 미만 2000원, 20인 이상 단체1000원, 만 2세 이하·65세 이상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031-960-0120

[사진설명]
김형석 작가의 작품 ‘별이 된 사나이가 추수한 노랑’에서 어린이들이 노랑종이를 던지며 즐거워하고 있다.(左) 이상은 작가의 블록작품은 블록을 자유롭게 움직여 새로운 작품이 완성된다.(右) [사진제공=어울림미술관]

<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