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은행들 잇따라 후한 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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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원화표시 국채 등급을 투자적격으로 판정한 것과 때를 맞춰 유명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잇따라 한국경제에 대해 후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JP 모건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에 한국 경제가 4% 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이 기관이 앞서 발표했던 내년도 성장률 예상치 2.2%를 대폭 상향조정한 것으로 우리 정부나 국제통화기금 (IMF)은 물론 각종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JP 모건은 이 보고서에서 9월에 이어 10월에도 한국의 산업생산이 호조를 보인데다 11월엔 수출도 6개월 만에 전년 동월대비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수출부문의 경우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전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호전 ▶아시아 시장 수요의 안정으로 향후 수개월간 '청신호'가 이어질 것이라고 이 기관은 예상했다.

JP 모건은 또 아직까지 고통스런 구조조정 과정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경기호전 추세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홍콩샹하이은행 (HSBC)도 한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에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호조를 보임에 따라 올해중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7%에서 마이너스 6.3%로 수정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이 기관은 또 내년 성장률도 마이너스 4%에서 마이너스 2%로 상향조정했다.

홍콩샹하이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실업률이 치솟고 소비와 투자가 되살아나지 않아 내년에도 한국경제에 침체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외채를 무난히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등 확실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은행 (CSFB) 역시 대부분 몇년씩 걸리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한국에선 상당히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의 구조조정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출자전환분 등에 대해 정부가 추가로 자금지원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융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 공적 재원이 이미 예정된 64조원 외에 60조~90조원, 기간도 6~12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이 기관은 예상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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