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학회의 '21세기 한국의 국가전략'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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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당선 시점으로 사실상의 김대중 정부 출범 1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의 개혁방향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한국정치학회 (회장 백영철)가 '21세기 한국의 국가전략' 이라는 주제로 지난 3~5일 외교안보연구원에서 '21세기 한국의 국가전략' 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 연례학술대회가 자연스레 개혁 평가의 장이 됐다.

가장 먼저 떠오른 쟁점은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 문제. 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국가와 시민사회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유석진교수 (서강대.정치학)에 이은 정운찬교수 (서울대.경제학) 의 평가는 '혹독' 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였다.

"경제개혁은 일단 실패다. 문제의식 없는 각료들은 구조개혁에서 해방된 느낌마저 든다. " 정 교수는 이어 "정부가 다시 지원하는 빅딜은 과잉투자 해소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차라리 적자기업은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 며 "어차피 개혁이 일회적 게임이 아니라면 정부는 정책수행과정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개혁주체의 선명화가 바람직하다" 는 말로 '개혁주체의 정비' 를 주장했다.여기서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개혁적 케인즈주의' 다.

시장의 불완전성을 치유하고 효율.형평.자립적 경제사회 건설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시 제기된 이론 (異論) 은 마인섭 (성균관대) 교수가 지적한 "문제는 정부개입의 유무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 어떻게 개입할 것" 라는 발언 정도였다.

그러나 손호철교수 (서강대) 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황태연교수 (동국대)가 참석한 정치분야에선 신랄한 설전이 벌어졌다.

손교수가 규정한 현정부의 성격은 한마디로 '종속적 신자유주의' .그는 "지금이 참여민주주의는커녕 절차적 민주주의도 못 미치는 수준" 이라며 그 예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 양심수의 지속적 증가, 권력이 집중화.사유화되는 위임 (委任) 민주주의 등을 들었다.

특히 대선 시기에 '저항적 지역주의' 를 주장한 황교수가 '민주대연합론' 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지역주의를 또다른 지역주의로 극복하는 '회전목마' 가 될 따름이라고 힐난했다.

나아가 현정부의 비례대표제 추진계획에 대해 손교수는 "사당화를 심화하고 유권자의 발언권을 약화시키는 변형된 유정회" 라고 꼬집으면서 특정 지역에 비중이 높은 정당에 대해 '역가중치' 를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교수는 "손교수의 생각이 현실과 맞아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다" 며 '종속적 신자유주의' 라는 성격규정에 반론을 폈다.

"그것은 일부학생.교수.민노총이 주장하는 극복해야 할 구 (舊) 좌파의 관점에 불과하다. 현정부의 철학은 질서자유주의적 민주시장이다. " 인권후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법적 전쟁상태에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인권법 제정 및 인권위원회 설치 등이 인권신장의 사례 아니냐" 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 보안법 위반자가 늘어나는 것은 DJ의 중도정권을 '우습게 보고' 극좌세력이 준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 주장하면서 민주대연합은 민주화의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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