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낙지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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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두 아이는 벌써 깊이 잠들어버린 밤 11시.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옷도 갈아 입지 않고 TV 앞으로 달려가 앉는 남편 유동유 (劉東維. 30. 인테리어디자이너) 씨 모습이 이수정(李修禎. 28.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APT)씨에겐 너무나 익숙하다.

어느새 케이블TV 만화채널에 눈을 고정시켜버린 '얄미운' 남편 - . 그래도 늦도록 일하다 온 남편이 안쓰러운 듯 李씨가 내오는 저녁식사 쟁반엔 밥과 국, 그리고 꼬치요리 한 접시가 먹음직스럽게 담겨있다.

"항상 늦게 퇴근하면서 저녁을 거르고 올 때가 많아요. 그런데도 만화를 보면 휴식이 되고 '영감' 도 떠오른다니 TV 앞에서 식사하는 걸 말릴 수만은 없더군요. 그래서 소파에 앉아서도 먹기 편한 반찬으로 개발한 것이 이 낙지꼬치에요. "

낙지가 달린 막대기라고 해서 일명 '낙지봉' . 원래 劉씨가 오징어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빨에 껍질부분이 낀다고 불평하길래 좀 비싸지만 낙지를 사다가 만들어 본 것이란다.

나무젓가락 한쪽 끝에 둥근 머리부분을 씌우고 다리는 춘향이 머리처럼 촘촘히 꼬아 만 뒤 양념장에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모양이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한 입씩 베어물어도 다리부분이 잘 풀리지 않고 아주 쫄깃한 것이 밥 반찬은 물론 안주로도 그만이다.

미리 남편이 좋아하는 만화프로그램까지 녹화해둔다는 李씨. 비록 시선은 TV만화를 향해 있지만 '낙지봉' 을 먹으며 짓는 미소를 보면 남편도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요리법

▶재료 = 낙지3마리, 양념장 (맛술1큰술, 간장2큰술, 참기름1/2큰술, 설탕1큰술, 깨소금.후춧가루 약간, 다진파1큰술, 다진마늘1큰술) , 나무젓가락

▶만드는법 = ①낙지는 내장과 먹물을 제거한 후 소금으로 깨끗이 주물러 닦는다.

②낙지를 양념장에 버무려 10분쯤 둔다.

③나무젓가락에 낙지머리를 씌운 후 다리를 돌돌 꼬아 말아 단단히 고정시킨다.

④달궈놓은 프라이팬에 낙지를 굴려가며 5~10분간 살짝 익히거나 예열된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간장양념장 대신 굴소스 양념장 (굴소스3큰술, 참기름1/2큰술, 깨소금.후춧가루 약간, 다진파1큰술, 다진마늘1큰술) 을 발라 구워도 좋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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