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57년 만에 의무교육 제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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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이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인 현 의무교육 체제를 바꾸기로 했다. 57년 만에 학교교육법을 뜯어고쳐 '5-4제''4-3-2제'등 다양한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준다는 것이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문부과학상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무교육제도 개혁안'을 마련해 이번주 중에 공식 발표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이 개혁안은 중앙교육심의회 등의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개혁안이 실현되면 1947년 교육기본법.학교교육법 제정 이후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실시돼온 '6-3제'의 틀이 바뀌게 된다.

'의무교육 기간 9년'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등을 규정한 교육기본법과 학교교육법 등은 제정 이후 단 한차례도 바뀌지 않았었다. 가와무라 문부과학상이 이 같은 내용의 개혁안을 마련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 학교에 가지 않는 이른바 '부등교(不登校) 학생'이 급증하고 중학교 입학 이후엔 학교 내 '이지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심리상태나 체격 등이 갈수록 조숙해지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6-3제'로는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정부 권한을 대거 지방으로 이양하는 구조개혁 차원의 성격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문부과학성의 지도 요령에 얽매이지 않는 '연구개발학교'제도가 마련돼 있다. 히로시마(廣島)현의 구레(吳)시와 도쿄의 시나가와(品川)구의 일부 시범학교에서 '4-3-2제''5-4제'등을 추진한 게 대표적 예다. 따라서 이번 개혁안은 이 같은 시험적인 연구개발학교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차원이다. 전문가들은 개혁안이 실현되면 '초등학교-중학교'를 하나로 묶는 일관학교가 등장하는 등 학부모와 지역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학교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에는 교원의 자질 향상을 위한 각종 방안도 포함돼 있다. 먼저 일정 학점만 취득하면 교원 면허를 딸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개정해 법과대학원처럼 전문대학원 수료가 의무화된다. 또 일정 기간마다 수업이나 지도능력이 부족하지 않은지를 판단해 교원 면허를 재교부하는 '면허갱신제도'를 도입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안이 실현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 개혁안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원의 급여를 국고(國庫)로 보조하는 현 시스템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현재 국고 보조금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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