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화제]가나아트센터 우성 김종영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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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당연한 말이지만 조각가도 그림을 그린다.

흔히 '에스키스' 라 불리는 초벌그림이다.

글쓰기로 치면 초고 (初稿)에 해당하는 셈. 주로 데생이나 수채화처럼 가벼운 형식을 취하지만 때에 따라 유화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단순한 에스키스가 아니라면 어떨까. 가령 유명 바이얼리니스트의 단편 소설이나 중년 무용가의 사진찍기처럼. 그만큼의 뉴스는 아니지만, 조각가가 평소에 그려둔 그림을 만나는 건 분명 예기치 않은 즐거움일 것이다.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우성 김종영 (1915 - 1982) 의 '조각가의 그림' 전 (가나아트센터, 02 - 3216 - 1020) .53년 영국 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렸던 국제조각대회에서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로 입상해 이름을 떨치기 시작, '한국 추상조각의 대부' 라 불렸던 고인의 소박한 일면과 마주 하는 자리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길과 마음을 동시에 붙드는 따스한 인물화가 눈에 띈다.

모델은 대부분 가족. 모르긴 해도 창작활동에 몰두하느라 가족에 소홀했던 마음빚을 예술가는 이렇게 작품으로 드러내 갚는가 싶다.

유화 '소녀상' 은 그가 23세때 둘째 여동생을 그린 것. 부인 이효영 여사도 파스텔과 목탄을 각각 사용한 2점 (49년작)에 등장한다.

'큰딸 정혜' '딸의 모습' 등은 펜과 먹.수채물감 등 가는 선과 담백한 색감에 담겼다.

휘문고보 재학시절인 30년대 습작, 겸재 정선의 작품에서 감화를 받은 방작 (倣作 : 존경하는 서화가의 품격을 본받아 따라 그린 작품. 모사와는 구별된다) '금강산만폭동' 등 한국화도 다수. 가나측은 이번 전람회를 계기로 그의 유작들을 묶은 화집 '김종영 - 조각가의 그림' 을 펴냈다.

90년 제정된 김종영조각상 수상작가전 (정현도.윤영석.박희선) 이 함께 열리고 있다.

다음달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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