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도쿄에세이]시들한 중-일 '따오기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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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일 관계의 상징물 중 하나가 판다다.

72년 9월 양국 국교정상화 직후 중국이 일본에 보낸 판다 한 쌍은 양국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놓았다.

도쿄 (東京) 우에노동물원에 보내진 판다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2㎞를 넘는 행렬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1억5천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판다를 구경했다.

미.중의 '핑퐁 외교' 를 빗댄 '판다 외교' 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판다는 중국 붐을 일으키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그로부터 26년. 이번에는 따오기가 등장했다.

방일중인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6일 일왕을 예방한 자리에서 따오기 한 쌍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보호조인 따오기를 21세기 새 양국관계의 심벌로 삼자는 뜻에서다.

그러나 따오기 기증계획은 일본에서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아니다.

중국 국가원수가 처음으로 일본에 와서 일왕에게 직접 약속했는데도 그렇 다.

양국 정상회담이 과거사에 대한 인식의 골을 메우지 못해 미래지향 의미가 희석됐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시들해진 데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에는 일본이 최대의, 일본에는 중국이 제2의 무역상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민간 사이의 교류 네트워크는 보잘것없다.

공감대 형성의 마당이 시원찮은 것이다.

따오기보다 더 귀한 '사자 (使者)' 가 와도 대접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중.일 관계는 주변국을 상대로 새 외교지평을 열고 있는 한국 정부엔 반면교사다.

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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