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배농구]뛰고 또 뛰고… 외인들 '파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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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로농구 동양의 그레그 콜버트는 2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4쿼터가 시작되자 다리가 풀렸다.

콜버트는 이날 경기에서 교대로 자신을 수비하는 삼성의 버넬 싱글톤.박상관.이창수에게 40분 내내 시달렸다.

그동안 경기당 평균 28득점을 올리며 팀 득점의 33%를 책임져온 콜버트였지만 삼성전에서는 체력이 떨어져 3점차 패배를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콜버트는 이날까지 여섯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당 39분을 뛰었다.

가장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센터가 거의 풀게임을 소화했다는 얘기다.

'강한 화살도 마지막에는 비단 한장 뚫지 못한다' 는 말처럼 초반 위세당당했던 콜버트도 4쿼터에는 무기력했다.

이런 '철인경기식' 선수기용은 한국에서나 있는 일이다.

경기시간이 한국보다 8분이 긴 미프로농구 (NBA)에서도 주전센터 기용시간은 경기당 35분 안팎이다.

그러나 국내 외국인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 평균 36~39분을 뛴다.

LG의 아미누 팀버레이크는 매경기 풀타임 기용됐다.

같은 팀의 버나드 블런트와 대우의 카를로스 윌리엄스.SK의 숀 재미슨 모두 경기당 39분꼴이다.

클리프 리드 (기아).싱글톤 (삼성).조니 맥도웰 (현대) 은 경기당 38분꼴. SK의 토니 러틀랜드만 평균 30분을 뛰고 있을 뿐이다.

힘좋은 외국인 선수들이라지만 이 정도 혹사는 견디기 힘들다.

결국 경기가 거듭될수록 외국인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각 팀에 부담이 될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지치면 팀당 평균득점이 떨어지고 관중이 묘기를 볼 기회도 줄어든다.

그러나 감독들은 "마땅히 바꿀 선수가 없다" 며 이들을 쉬게 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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