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APEC참석]정상 공동선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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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가 18일 채택한 정상선언문은 한마디로 위기시대의 공존논리다.

어려운 나라끼리의 경쟁을 지양하고 잘사는 나라들이 돈을 많이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덟가지 주제 35개항의 합의사항 곳곳에 그런 의지가 묻어있다.

서로 돕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것을 만들어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선언문에 반영시켰다는 것이다.

원래 APEC의 전통적 대책은 무역.투자 자유화.기술협력 등이 고작이다.

金대통령은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 다.

APEC 효용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위기 국가의 강력한 자구노력 (4항) , 경제대국의 적극적인 협력 (5~8항) , 그리고 투기성 단기자본의 공격에 대한 응급복구와 예방 (12, 25~27항) 등 실효성 있는 입체대책을 합의문에 담도록 했다.

이들 대책 중 핵심은 아무래도 선진국의 역할이다.

미국.일본.중국의 내수위주 성장책 추진 필요성에 회원국이 합의한 것이다.

물론 재정확대.금리인하.통화공급 확대 등 각국 사정에 따라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끼리의 수출경쟁은 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따라서 큰 시장을 가진 나라들이 내수확대를 통해 수입을 확대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당초 金대통령은 나라별 과제명시를 추진했다.

예컨대 미국은 금리인하와 위기국에 대한 외환공급, 일본은 내수진작과 자금지원, 중국은 위안 (元) 화 가치안정과 내수진작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의 전날인 17일 아시아 성장 및 회복구상을 발표함으로써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시아 위기국가의 구조조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두 나라가 1백억달러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그중 당장 한국이 미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억달러의 차관을 받게 된다.

공동선언문은 성장확대정책의 효과진작을 위해 캐나다.말레이시아 등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중견 경제국의 역할도 사실상 명시했다.

전 회원국의 성장위주정책 추진 합의가 그것이다.

선언문은 투기성 단기자본 대책과 관련, 국제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투명성과 정보제공 기준 제정을 검토키로 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내에 투기자금 방어용 자금지원 장치 마련의 강구도 포함됐다.

더욱이 선언문에서 각국 정상이 자국 재무장관에게 자본이동 감시를 위한 지침 및 행동계획을 작성할 것을 지시키로 합의했다.

한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이밖에도 내년 6월 투자박람회 서울개최를 관철했다.

선언문 중 지식기반산업과 관광산업의 활성화, 중소기업 활성화, 미래정보화시대 대비 노력 등도 우리가 제안한 것들이다.

어찌됐든 이번 APEC은 여느 회의보다 많은 조치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속력 있는 집행기구가 아니고 협의기구라 선언문에 명시된 대책이 실천된다는 보장은 없다.

콸라룸푸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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