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돌아온 라이온킹 파괴력은 ‘글쎄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허정무 팀이 ‘남미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렸다.

허정무 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박주영(AS 모나코)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파라과이와의 역대 전적에서 3무1패 뒤에 거둔 첫 승이다. 특히 1999년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한 뒤 4무7패로 열세를 보였던 남미축구를 상대로 10년 만에 맛본 승리였다.

▶이동국 ‘의욕은 굿이지만 … ’

파라과이전에서 허정무 팀의 주요 점검 사항은 이동국(전북)의 활약 여부였다.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이근호(주빌로)와 투톱으로 나서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후반 박주영 과 교체됐다. 하지만 허 감독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의욕은 좋았지만 최전방 공격수로서 파괴력이 떨어졌다. 상대 문전에서 위협적인 몸놀림은 거의 없었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은 경기에 대한 적극성이었다. 우리 측 수비 지역까지 넘어와 동료와 협력 수비를 펼친 뒤 공격 진영으로 이동했다. 또한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도 보였다.

그러나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로서 팀 플레이에 확실히 녹아들지 못했다. 문전에서 동료를 위해 공간을 열어주는 움직임이 없었다. 특히 파트너인 이근호가 빠른 스피드로 상대 뒤 공간을 파고들며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이동국에겐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박지성 공백 ‘역할 분담으로 커버’

파라과이전은 ‘캡틴’ 박지성(맨유)이 월드컵 본선에서 결장할 때를 대비한 모의고사 성격도 갖고 있었다. 허 감독이 꺼낸 카드는 미드필더들의 역할 분담과 협력 플레이였다. 그동안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프리 롤’이었다. 자유롭게 최전방과 미드필더를 오가며 플레이를 펼쳤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허 감독은 킥력이 좋은 김치우(서울)와 염기훈(울산)을 좌우 측면 미드필드에 배치했다. 김치우에겐 측면 돌파를, 염기훈에겐 측면은 물론 중앙으로 이동하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임무를 맡겼다. 중앙 미드필더인 기성용(서울)에게는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공급하라고 주문했다. 3명의 선수는 유기적인 플레이로 박지성의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웠다.

김현승 기자

양팀 감독의 말

▶허정무 감독=오랜만에 뛴 이동국은 아주 잘했다고 볼 수 없지만, 못했다고 볼 수도 없다. 무난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은 높게 산다. 김치우와 염기훈이 뛰었는데, 박지성과 이청용이 없는 경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본선에서 우리 선수들은 몸싸움 등 투쟁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마르티노 감독(파라과이)=전반에는 한국이 우수한 플레이를 했고, 후반에는 파라과이가 나았다. 박주영의 후방 침투에 오른쪽이 뚫리면서 골을 허용했다. 한국의 기성용은 영리하고 좋은 선수였고, 박주영은 공격이 좋아 인상 깊었다. 전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모두 밸런스가 좋았고, 수비는 양 측면이 좋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