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경제부처에 '영어대변인'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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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외신대변인이 신종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유창한 영어' 들을 특채, 외국 언론.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대외홍보정책을 본격화한 것이다.

현재까지 산업자원부.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기획예산위원회 등 5개 부처에 외신대변인이 내정되거나 임명됐다.

영어는 기본이고 경제 전문지식과 대변인으로서의 순발력과 친화력 등을 갖춰야 하므로 부처마다 선발이 쉽지 않았다고. 지난 11일 공정위 외신대변인으로 내정된 송철복 (宋喆復.41) 씨는 경향신문.중앙경제신문 등에서 외신부 기자를 15년 이상 해오며 홍콩.베이징 (北京) 특파원을 역임한 바 있는 국제통.

宋씨는 "신문사와 외국 홍보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외신대변인을 뽑는다는 소식에 지원했다" 며 "외신기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산자부 외신대변인으로 내정된 이은형 (李銀衡.35) 씨는 최근까지 산자부를 출입하던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출신. 외국계 금융기관 부장.한국지사장, 대학강사 등 16명이 응모했으나 부처 사정에 훤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해 뽑혔다.

해외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개발연구원 (KDI) 국제대학원에서 영어강의를 소화해낸 자습파. 宋씨와 李씨가 국내파라면 금감위의 박정미 (朴晶美.36) 씨와 기획예산위의 김종면 (金宗勉.36) 씨는 대표적인 해외파로 꼽히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나 뉴저지주립대를 나온 朴씨 (박종기 전조세연구원장의 딸) 는 한국선물거래소 설립준비단 등에서 일하다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으로 옮겨 근무중 내부에서 발탁됐다.

시카고대 경제학박사인 기획예산위의 金대변인은 부임 이후 내년도 예산안 전문을 처음으로 영문번역, 세계은행에 보내는 등 새로운 활동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노동부 외신대변인으로 임명된 이정택 (李正澤.49) 씨는 노동교육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역대 장관들의 통역 등을 계속 맡아온 점이 인정됐다.

李씨는 "외신기자가 원하면 어느 곳이든지 달려가 그들이 원하는 자료와 정보는 물론 설명까지 해주는 발로 뛰는 메신저 역할을 해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도 공개모집 등을 통해 국내 모 영자지 기자인 K씨를 내정, 조만간 내부 결재가 완료되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외신대변인은 2년 계약제로 경력 등에 따라 3급 (부이사관)~4급 (서기관) 대우를 받으며 3천만~4천5백만원 수준의 연봉과 소정의 활동비를 받게 된다.

이미 노동부 등 일부 부처에선 외신대변인이 활동을 개시, 영문보도자료 작성은 물론 외신에 게재된 한국 관련 소식과 정보를 정리.요약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행정자치부는 외신대변인 몫으로 정원이 한사람 늘어난 만큼 기존 정원에서 한자리 줄이라고 요구해 내부조율을 거치고 있어 다음달께에야 정식채용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외신대변인제와 함께 지난 9월부터 경제홍보센터도 한국프레스센터 9층에 개설, 외신기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각 부처에서 들어온 영문보도자료를 한달 평균 2백여건씩 배포하며 한국 경제의 홍보 첨병임을 자임하고 있다.

박천일 (朴天一)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기존 관행과 타성에 젖어 있는 공보관제도와 폐쇄적인 기자단 위주로 이뤄져 왔던 정부 공공홍보에 외신대변인제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 평가했다.

홍병기.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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