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창무극장서 비디오댄스 '아나로그댄스'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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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금은 누가 뭐래도 영상 시대, 디지털 시대이다.

보는 이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TV와 영화는 물론, 무작위적으로 머리 위에 쏟아지는 현란한 거리 전광판은 영상 이미지 홍수를 실감케 한다.

리모컨 누를 힘과 돈 6천원만 있으면 온갖 가상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공연예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는 26일부터 12월 8일까지 창무 포스트극장에서 열리는 98 창무 큰 춤판 - 춤과 영상의 만남 '아나로그 댄스' 는 이같은 물음을 진지하게 던져보는 무대이다.

02 - 337 - 5961.

형식은 영상과 춤과의 밋밋한 1대1 만남이다.

창무예술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시.미술.음악.연극 등 다른 고전적 장르끼리의 만남 기획공연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영상이라는 '디지털 예술' 과 춤이라는 '아날로그 예술' 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렇다면 그 접합점은 어디에 있을까. 또 장르간 만남을 통해 과연 어떤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번 공연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공연에는 모두 4팀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낯선 비디오 댄스의 선두주자인 현대무용가 김현옥 (계명대 교수).영화감독 황철민 (세종대 교수) 팀을 비롯해 한국무용가 김선미 (창무회 대표).영화감독 김윤태, 현대무용가 박은화 (부산대 교수).비디오 아티스트 김해민, 현대무용가 안성수.그래픽 디자이너 정구호가 서로 짝을 이루었다.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는 탄탄한 실력의 무용가들과 영화판의 젊은 재주꾼들의 만남만으로도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28일과 29일 이 판의 첫 무대인 김현옥.황철민의 '비원' 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비디오 댄스의 특성을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모습을 담은 화면이 무대 위 스크린에 투사되는 동시에 무용가의 춤이 엮어진다.

또 공연예술의 특징이자 한계인 장소를 뛰어넘기 위해 온양외암리와 도쿄를 동시에 영상으로 교차시키는 시도도 보여준다.

본공연에 앞서 26일 개막일에는 독일 표현주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황태후의 탄식' 등 세계의 명작 비디오 댄스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유사성과 독창성을 지닌 상이한 두 장르의 만남.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이번 공연 이름을 '아나로그 댄스' 로 정한데서 현장 공연예술의 건재함, 그러나 물리치기 어려운 영상매체의 영향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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