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달 26일 총상금 40만불 기전 춘란배바둑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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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중국에서도 세계바둑대회가 시작된다.

달러를 금쪽같이 여기던 중국이 우승상금 15만달러에 총상금 40만달러 (약 5억2천만원) 나 되는 매머드 세계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주최측이 유일하게 한국의 이창호9단만을 실명으로 지명하여 1번시드로 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 (3개) 일본 (1개) 대만 (1개) 이 개최해온 세계대회는 중국의 가세로 모두 6개로 늘어났다.

대회명칭은 제1회춘란 (春蘭) 배세계바둑선수권대회. 개막일은 다음달 26일. 주최는 중국위기협회와 춘란그룹. 강소성 (江蘇省)에서 가전제품과 전기사업으로 재벌이 된 춘란그룹은 지난 주 중국협회와 대회개최에 따른 합의를 끝냈다.

중국의 바둑팬은 현재 약4천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고 아직 다른 레저도 크게 보급되지 않은 탓인지 열의도 대단하다.

또 중국에서 바둑은 축구와 탁구 다음으로 인기있는 스포츠라고 한다.

춘란그룹이 거액을 내놓은 배경이다.

초청선수는 24명. 국가별로는 한국5명 일본6명 중국9명 대만2명 미국1명 유럽1명이고 이중 2회전에 자동 진출할 시드는 한국2명 중국3명 일본2명이다.

중국측은 세계최강으로 인정하는 이창호9단 한사람만을 시드로 확정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해당국가의 바둑협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준결승까지는 단판승부이고 결승전은 3번기. 제한시간은 각 3시간이다.

대회규칙은 현행의 일본룰이 아닌 중국룰에 따른다.

이점이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세계바둑계의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는 숨은 요인이기도 하다.

89년 잉 (應) 씨배 세계대회 결승전이 중국에서 열렸을 때만해도 중국신문들의 최대관심은 '중국선수가 우승했을 경우 천문학적인 우승상금인 미화 40만금 (金) 을 국가가 갖느냐 선수가 갖느냐, 만약 나눈다면 어떤 비율인가' 였다.

불과 10년만에 중국은 크게 변했다.

바둑팬도 많아졌지만 부자도 많아졌다.

초등학교중엔 바둑과 공부를 병행하는 바둑학교가 각 성마다 3, 4개씩 생겨났고 그들 모두 컴퓨터 한대씩을 앞에 놓고 바둑을 배울 정도로 여건이 좋아졌다.

TV의 골든 타임에 바둑이 중계되며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된 탓인지 녜웨이핑9단같은 인기기사는 농구경기의 해설을 맡기도 한다.

큰 시합이 있을 때의 공개해설장은 1백위안 (한화 1만5천원 상당) 의 비싼 입장료에도 꽉 들어찬다.

이런 분위기를 살필 때 중국의 세계대회는 이번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조금 과장한다면 앞으로 중국은 세계 프로기사들의 황금시장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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