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폴크스바겐 경쟁 낙오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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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야 히데야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이 지난 4일 2분기 실적 발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 AP=연합]

▶ 지난 2002년 비틀의 생산기록을 깬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골프가 기념식 무대에 올랐다. [중앙포토]

유명 자동차 업체들 간의 레이스에서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수년 내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고 탄탄대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반면 미쓰비시자동차는 가파른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브레이크를 살살 밟아가며 탈출구를 찾는 상황이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미국에선 같은 자국업체인 BMW에 밀리고, 중국에선 미 제너럴 모터스(GM)에 쫓기는 신세다.

◇고전하는 미쓰비시와 폴크스바겐= 함박웃음을 웃는 도요타 옆에는 눈물짓는 미쓰비시가 있다.

최근의 대규모 리콜(16만대) 자체도 버거운 일이지만 자동차 결함을 숨겼다는 사실이 더 치명적이었다.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판매가 큰 타격을 입은 것. 2분기 손실액은 전년 동기보다 36억엔 늘어난 547억엔이나 됐다.

호주 공장을 구조조정하고 신차개발 계획을 중도 포기한 특별손실을 감안해도 일본.미국 시장의 고전이 손실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2분기 일본 내 자동차 판매량(4만9000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 판매(5만3000대)는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어려웠던 닛산이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9만3000여대(36% 증가)를 파는 등 대개의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순항하는 와중이어서 미쓰비시의 어려움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폴크스바겐의 타이어도 바람이 새는지. 세계 최고 유망시장이라는 중국에서 2년 전까지 국민차 소리를 들으며 50%대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으나 최근 GM.현대자동차와 같은 경쟁업체들의 공세 앞에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6월 GM에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뒤 값을 낮추면서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위상은 북미 시장에서도 위태롭다. 자국의 경쟁업체인 BMW는 올해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1993년 이후 11년 만에 북미 시장 1위 유럽 브랜드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했다.

BMW가 젊은 부유층을 공략해 고급차 시장의 주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힌 반면 폴크스바겐은 결과적으로 물량공세에만 급급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BMW는 상반기 전 세계 고급승용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자회사)를 7년 만에 제치고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정상 노리는 도요타= 도요타는 올해 자동차 판매 목표를 708만대에서 739만대로 늘려 잡았다.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20여만대를 팔아 두 자리 수(전년 동기비 14%) 성장을 했다. 할인정책으로 맞대응한 GM.포드가 제자리걸음한 것과 대조됐다.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성공은 혁신과 공격 전략이 먹혀든 결과"라고 평했다.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카와 같은 신모델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조 후지오 도요타 사장은 지난 4일 "내년 말까지 30만대의 가스-전기 하이브리드 카를 판매할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2000년 이후 연평균 88% 급증하는 이 차종 시장에서 도요타는 단연 선두다.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 2위 자동차업체인 미 포드를 제친 데 이어 2010년께 시장 점유율 15%로 '자동차 황제'에 등극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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