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우리 피자 세계로 들고 나가 로열티 받아 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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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서울 반포동 본사 사무실에서 이달 말 코스닥 상장 배경과 해외진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미스터피자 제공]

‘신발을 정리하자’가 사훈인 기업이 있다. ‘미스터피자’(Mr. Pizza)다. 배달을 가서 신발을 정리해줄 정도면 고객을 최고로 섬기는 기업이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회사가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메모리앤테스팅과 합병해 이달 말 코스닥에 우회 상장한다.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로선 드문 일이다. 10일 창업자 정우현(61 ) 회장을 만나 상장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1등을 했으니, 세계로 나가 로열티를 받아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미스터피자는 피자헛, 도미노피자와 함께 국내시장의 80%를 차지한다. 미스터피자 매장 수는 6월 현재 362곳. 피자헛보다 40여 곳 많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2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미스터피자는 1990년 정 회장이 일본에서 브랜드를 들여왔다. 96년엔 일본을 제외한 지역의 판권을 인수했다. 일본에는 미스터피자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 사실상 국내 브랜드다.

정 회장이 애초부터 피자에 뛰어든 건 아니다. 그는 74년 장인이 서울 동대문시장에 차린 섬유도매 점포에서 상인으로서의 첫발을 디뎠다. 시장에선 그의 사업가 기질이 드러났다. 역점을 둔 것은 단골 전략. 지방에서 온 소매상이 가게에 들어오면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지,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어 하는지를 살펴 충족시켰다. 물건을 발송했더라도 한 푼이라도 더 받았으면 되돌려줬다. 원사를 사다 공장에 맡겨 경쟁 점포에 없는 상표의 양말도 팔았다. 가격은 물건을 떼다 파는 소매상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했다. 결국 소문난 점포가 됐다. 그는 “15년간 장사했는데 비결은 고객에게 정직한 것이더라”고 술회했다.

시장에선 드물게 ‘퇴직금 주는 점포’라고 써붙일 정도였지만, 그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외상도 많아 이윤이 크게 남지 않았다. 그래서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경영해 보며 다른 비즈니스를 물색했다. “터닝포인트가 간절한 시점이었습니다. 절실하니 눈을 크게 뜨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회가 오더군요.” 그는 일본 미스터피자가 한국 진출 파트너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업으로 이골이 난 정 회장은 한국에 온 미스터피자 사장을 잘 대접한 뒤 일본 회사로 찾아갈 약속을 잡았다. 그날부터 점심·저녁을 피자로 먹었다. 다양한 맛을 알고 일본에 가기 위해서였다. “손으로 때리고 공중으로 던져 도우를 만든 뒤 석쇠에 구워내는 과정을 고객에게 다 보여주더군요. 이걸로 한국에서 성공을 못 하면 한강에 빠져도 싸다 싶었습니다.”

이화여대 앞 1호점으로 시작한 미스터피자는 수타 방식과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네 번째 직영점을 열면서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직원을 몇 배수 뽑아 수타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가맹사업은 로열티를 주지 않게 된 96년 시작했다. 주고객인 여성을 겨냥한 전략도 성공에 한몫했다. 이 회사는 ‘기름 뺀 수타 피자’라는 슬로건을 2004년 ‘Made for Women’(여성을 위해 만든 피자)으로 바꿨다. 특정일에 여성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줬다. 2007년부터는 ‘Love for Women’(여성을 사랑하는 피자)을 쓴다. “미국 LA에 매장을 냈더니 손님들이 ‘왜 여성용이냐’고 물어요. 종업원들이 대답하는 게 시원찮아서 바꿨습니다.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습니까.”

미스터피자는 미국 LA에 2곳, 중국 베이징에 12곳의 매장이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현지 파트너와 프랜차이징 계약을 했다. 정 회장은 “중국은 다롄·선양에서 속도전을 펴고 싱가포르에는 베이스캠프를 차려 인도네시아·태국으로 진출할 작정”이라며 “해외 피자시장이 무주공산이어서 국내에서처럼만 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자 장사는 품질로 고객 앞에 알몸으로 서 있는 것”이라며 “양말이나 피자나 고객을 정성으로 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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