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모저모]누그러진 야당 뒷배경 궁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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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선관위 = 행자위 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지역감정 해소 등을 이유로 도입을 강력 촉구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권의 장기집권 음모 기도라며 의혹을 제기했고, 공동여당인 자민련도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는 등 각당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먼저 자민련 박구일 (朴九溢) 의원이 정당명부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자 국민회의 유선호 (柳宣浩) 의원이 즉각 나서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지역감정 해소 등을 위해 정당명부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 반박했다.

그러자 자민련 김기수 (金基洙) 의원이 다시 나서 "실시한다 해도 반드시 내각제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고 반박.

한나라당 하순봉 (河舜鳳) 의원은 "결국 자민련과의 내각제 약속을 파기하고 영구집권을 획책하겠다는 의도" 라며 은근히 여권 분열을 부채질.

한편 이날 김옥두 (金玉斗) 의원은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의혹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 서상목 (徐相穆) 의원이 이석희 (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으로부터 받은 1백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했음에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았다" 며 "명백한 선거법 위반" 이라고 지적했다.

韓赤 헌혈받아 건물 신축

◇대한적십자사 = 여야 의원들은 "국민의 헌혈을 통해 얻은 수입이 적십자사의 적자 보전에 사용되고 있다" 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한나라당 박시균 (朴是均).오양순 (吳陽順) 의원은 "혈액사업 이익금을 혈액원 신축 등에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냐" 며 "적십자사는 헌혈받아 제약회사와 국민에게 파는 유통조직에 불과하다" 고 비판했다.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국민회의 김명섭 (金明燮) 의원은 "의료기기 도입에 부정이 있다" 고 지적했고 김인곤 (金仁坤) 의원은 "직원 3천2백명 중 친인척이 무려 2백5명이나 되니 적십자사가 가족 모임이냐" 고 따졌다.

의원들이 적십자사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 "적십자사가 곪아터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고 다그치면서 박기곤 (朴基崙) 사무총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에 이르자 朴총장은 "차라리 사표를 내겠다" 고 반발, 국감장은 순식간에 의원들의 고함으로 가득찼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김찬우 (金燦于.한나라당) 위원장은 "사표 수리 여부는 총재에게 맡긴다" 고 서둘러 산회를 선포했으나 朴총장은 산회 뒤에도 "직원들 앞에서 어떻게 곪았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 는 등의 발언을 계속,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통일부 = 통일외교통상위 국감에서 정몽헌 (鄭夢憲) 현대 회장은 비공개 증언을 통해 "북한 김정일 (金正日)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30일 백화원 초대소로 찾아와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94년 합의된 남북 정상회담이 김일성 (金日成) 사망으로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鄭명예회장은 2일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이같은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일의 구체적 언급 내용과 鄭명예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鄭회장은 비공개 증언 직후 열린 공개 국감에서 한나라당 이세기 (李世基) 의원이 "김정일의 발언이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였느냐" 고 묻자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며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與野공격수 맞고함 충돌

◇대검찰청 = 법사위 국감에서 검찰.안기부 출신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이 야당측 주공격수로 나서 여당 의원들과 좌충우돌.

자민련 함석재 (咸錫宰) 의원이 질의 도중 '총풍 (銃風)' 3인방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조직적 공모 가능성을 제기하자 鄭의원은 "비법조인 출신인 조홍규 (趙洪奎.국민회의) 의원이 가끔 함부로 말하는 것은 이해하나 법조인이 어떻게 그처럼 비논리적으로 얘기할 수 있느냐" 고 호통.

이에 趙의원이 "내가 언제 함부로 얘기했느냐" 며 맞고함치면서 국감장은 순식간에 수라장.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소리만 컸을 뿐 예민한 대목은 피해가는 모습을 보여 영수회담 성사를 위한 수위조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고속철도건설공단 = 건교위 감사에서 경부고속철도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서울~대구구간만 우선 건설키로 한데 대해 부산.경남 출신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영남 푸대접론' 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김진재 (金鎭載).권기술 (權琪述) 의원 등은 "대구~부산간 공사를 2004년 이후로 미뤘지만 재원조달 계획조차 서있지 않다" 면서 "책임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의도가 아니냐" 고 몰아붙였다.

자민련 김동주 (金東周)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통되는 (경부고속철도의) 기쁨을 부산.경남.울산 시민들은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 고 했다.

이정민.최익재.윤창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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