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의장에 박지원’ 민주당 만장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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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통령’으로 불린 권력 실세→대북 송금 특검으로 4년간 옥고→무소속 의원으로 국회 복귀→청문회 스타로 화려한 재기.

이같이 극적인 정치 행보를 걸어 온 민주당 박지원(67·전남 목포·재선) 의원이 10일 당 정책위의장에 발탁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하고 전략기획위원장에 전병헌 의원, 수석 사무부총장에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을 각각 기용했다고 김유정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 대표가 2기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인사”라며 “(박 의원이) 성실함과 현안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검증받은 데다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가진 만큼 당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정책위의장 발탁은 다양한 의정 활동과 계파를 초월한 원만한 대인관계에 힘입은 것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청문회에서 깊숙한 정보망으로 자녀의 호화 결혼식 등 각종 의혹을 파헤쳐 천 후보자의 낙마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5월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선 막판에 입후보했음에도 2위 김부겸 후보에게 불과 2표 차로 뒤지며 선전해 폭넓은 당내 인맥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전격 천거했고, 최고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강기정 비서실장이 전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호남 출신이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의원의 발탁이 DJ가 위독한 최근 상황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표실 관계자는 “지역이 아니라 능력만을 기준으로 결정한 인사”라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2012년 집권을 위해 민주당의 수위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몸 던져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197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박 의원은 80년대 초 미국에 망명 중이던 DJ를 만난 것을 계기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92년 14대 총선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야당 최장수 대변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98년 DJ가 집권한 뒤 청와대 공보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국민의 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송금 특검 대상에 올라 4년 가까이 옥고를 치른 끝에 2007년 복권됐다. 이어 지난해 4·9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8월 민주당에 복당했다. 한편 정 대표는 사의를 표한 김유정 대변인의 후속 인사도 곧 매듭지을 전망이며, 우상호 전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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