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어린이 교통사고 위자료 어른보다 더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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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교통사고 피해 어린이에게는 어른보다 많은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교통사고뿐 아니라 놀이기구 안전사고 등 각종 어린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교통사고로 2년간 치료를 받다 숨진 김모(사고 당시 4세)양의 가족이 가해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치료비 등 3억원 이외에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양은 2005년 왕복 2차로 도로 변에 주차된 부모의 차 근처에서 놀다가 지나던 승용차에 치였다. 중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던 A양은 2007년 숨졌다.

이 판사는 A양이 어른이 됐으면 벌 수 있었을 일실수입(노동력 상실로 잃은 수입)과 치료비는 기존 판례에 따라 정했다. 하지만 위자료는 통상적인 판결의 2배에 달하는 1억원을 책정했다.

기존 판례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600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아무 과실이 없을 경우다. A양은 도로에 약간 들어섰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가해 운전자의 책임 비율이 80%로 제한됐다. 따라서 기존 판례로 A양이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48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 판사는 “어린이가 신체장애를 입거나 생명을 잃으면 성인보다 더 오랜 기간 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유년기에 누려야 할 생활의 기쁨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성인보다 크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는 통상의 방법으로 일실수입을 정하면 어른보다 불리하므로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을 통해 어린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실수입 계산법에 따르면 성인은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하지만 어린이는 무조건 도시 일용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또 미래 소득을 중간 이자 공제 방식으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피해 어린이가 어릴수록 일실수입 총액이 적어진다. 서울중앙지법 김성수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은 위자료를 늘리는 방법으로 낮은 일실수입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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