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거부 국가가 미국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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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안보전략의 밑그림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토머스 바넷(미해군대학)교수가 펴낸 '펜타곤의 새 지도(Pentagon's New Map)'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김정일을 미치광이로 간주하고 북한을 이라크전 이후의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바넷은 2002년 3월 미국의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한 후 국방부에 불려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자신의 안보 구상을 브리핑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바넷 교수의 이론은 한 장의 세계지도에 압축돼 있다. 그는 전 세계를 세계화 흐름의 수용 정도에 따라 기능적 핵심지역(Functionning Core)과 비통합 갭(Non-Integrating Gap) 지역으로 양분했다.

핵심지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곳으로 민주주의, 시장경제, 언론자유, 책임있는 정부, 삶의 질 개선 등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유럽연합.한국.러시아.중국.인도.호주.남아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국제화의 흐름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지역은 비통합 갭지역으로 분류된다. 이곳은 사담 후세인, 김정일 같은 독재정권이 출몰하고 빈곤.질병.학살 같은 각종 사회병리가 창궐해 있다.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중앙아시아.발칸지역.북한.서남아시아가 여기에 속한다. 전 세계 60억 인구 중 20억명이 이 지역에 거주한다. 또 이 지역은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의 온상이기도 하다.

바넷 교수는 갭 지역이 21세기 미국의 안보 위협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을 오가며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갭 지역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국의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1588~1679)의 리바이어던 이론을 빌려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갭 지역의 사회개조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이런 자연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계약과 강력한 국가의 상징인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넷은 독재와 가난으로 상징되는 갭 지역의 무질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의 리바이어던인 미국이 군사력 등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바넷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에 찬성하고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이라크는 갭 지역에 속하는 국가인 반면 중국은 개혁.개방 등 세계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수출, 김정일의 비이성적 행태를 감안할 때 평양이 이라크전 이후 워싱턴의 새로운 목표로 떠오를 공산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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