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지도]6.비디오…성인물중심 대형영화사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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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본 비디오시장에는 극장개봉을 거친 영화의 출시와는 별도로 '오리지널 비디오 (Original Video:약칭 OV)' 라는 현상이 존재한다.

한국도 한시네마타운.유호프로덕션 등에서 비디오시장만을 겨냥한 에로물을 내놓고 있지만, 일본의 OV는 3대 메이저 영화사중 하나인 도에이가 시작했다는 점에서 규모가 다르다.

도에이는 80년대말부터 97년 현재까지 'V시네마' 란 이름으로 약1천2백편의 OV를 출시해왔다.

한 달 평균 열댓편꼴. 참고로 한국의 비디오전용 프로덕션 중 대표적인 회사 하나의 제작 편수는 연간 40편 안팎이다.

폭력과 성 (性) 이 주요 소재인 OV의 연간 총제작편수는 군소프로덕션까지 가세하면서 점차 증가, 96년에 이미 2백30여편으로 같은 해 일본영화제작편수 2백30여편과 맞먹는다.

이쯤되면 인기없는 극장용 영화의 후속시리즈가 OV로 제작되기도 하고, 거꾸로 홍보를 위해 OV가 반짝 극장개봉을 하는 별난 현상도 벌어진다.

'헬프리스' '차가운 피' 의 아오야마 신지처럼 'V시네마' 출신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는 감독까지 나온다.

작년 동경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큐어' 의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미국에서 호평받은 '춤추실까요' 의 수오 마사유키 등 한창 주목받는 감독들이 80년대 니가츠영화사의 극장용 에로물 '로망 포르노' 출신인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이는 감독지망생들이 포르노물 이외에 뾰족한 상업적 데뷔 경로를 찾기 힘들만큼 일본영화가 침체했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역으로 일본 포르노물 시장의 두께를 짐작케하기도 하다.

일본의 야한 영상물들이 동남아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주지의 사실. "동남아 보따리 장수들이 수입하는 해적판 한국 에로비디오가 편당 6백달러선인 데 비해, 일본 비디오들의 수입가는 5천~1만달러" 라는 것이 국내 한 비디오업자의 관찰이다.

그러나 일본 비디오시장이 포르노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비디오시장을 우선 겨냥한 제작은 실은 애니메이션이 한발 앞선다.

'공각기동대' 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지난 83년 반다이에서 제작 출시한

SF물 '달로스' 는 이른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비디오 (OAV) 의 효시. 이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일본애니메이션시장은 소수의 극장개봉용 대작을 제외하고는 비디오 시장용 시리즈 중심으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일본영상비디오소프트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97년 현재 일본내 연간 비디오 매출액에서 애니메이션 (아동용 아님) 의 비중은 일본 극영화 (10.0%) 를 앞지르는 17.1%로 외국 극영화 (37.1%) 다음 가는 규모. 뒤를 잇는 것이 뮤직비디오 (10.2%) 로 일본음악이 대부분 (9.2%) 이다.

유통형태로는 대여용과 소비자 판매용의 비중이 비슷하거나 판매용이 우세하다.

이같은 소프트웨어의 다양성과 발달된 유통구조가 일본비디오시장을 선진국형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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