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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5년 더 살면 김정운에 권력 세습 가능할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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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04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미국과 북한의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데 도움이 될 걸로 본다. 미국의 정책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협상한다는 것이지만 6자회담이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대화나 만남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언제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형식이 아닌 실질이다. 진정한 협상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스스로 약속했던 것들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이행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사진)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의 회담을 해도 소용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제정치 분야 석학으로 한반도 문제에도 밝은 아이켄베리 교수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책 조언을 한 인물이다. 그는 경희대 해외 석좌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와 관련해 “성공 여부는 김 위원장이 얼마나 더 사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5년 정도 더 생존하다면 3남 김정운이 권력을 세습받는 후계체제는 군부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김 위원장이 1년이나 6개월 안에 사망한다면 김정운 체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클린턴의 방북이 성공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국면에서 협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인가.
“미국이 대북 정책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으나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압박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북한엔 ‘핵무기 보유냐, 아니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냐’라는 선택지밖에 없다. 이 두 가지는 병존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대신 미국과 양자회담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그걸 수용할 수 있나.
“북한이 미국과 평등한 조건에서 일대일로 대화하자고 하는 건 자기를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미국이 그걸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북한이 정말로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면 6자회담 틀 안에서도 할 수 있다. 북한이 협상할 뜻이 있다면 형식을 고집하지 말고 핵을 포기하는 결심을 해야 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대북 제재는 국제사회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를 재개하는 쪽으로 나올지 의문이다. 김정일이 권력 승계를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이 대북 압박의 필요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나.
“10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관한 한 어떤 국가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잘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중국은 전략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중국 측의 우려를 미국은 해소시켜야 한다. 미국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중 전략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양국이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질서가 G2(미국과 중국)로 가는 건 아니다. 유럽 국가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으며, 국제경제 질서와 관련해선 G20(선진 7개국과 한국 등 주요 20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지타운대·펜실베이니아대에서도 가르쳤다. 1990년대 초반 국무부 정책기획 분야에서 일했으며 브루킹스연구소·외교협회(CFR) 등에서도 연구활동을 했다. '경쟁자 없는 미국'(2002),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와 (미국의) 제국주의 야망'(2005) 등의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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