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가평가 도입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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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중금리를 채권가격에 적용해 매일매일 손익을 따지는 채권 시가평가제가 다음달 15일부터 신규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또 오는 2000년 7월부터는 채권에 투자하는 모든 신탁상품에확대, 적용될 예정인만큼 앞으로 수익증권이나 은행 신탁상품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시가평가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실제로 투자신탁회사와 은행에는 벌써부터 채권 시가평가제에 대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자칫 원금마저 날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채권 시가평가제의 내용과 그에따른 투자요령을 알아본다.

◇ 채권 시가평가제란 = 투신사와 은행은 고객의 돈을 받아 모은 뭉칫 돈 (펀드) 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대신 굴려주고 그 운용실적에 따라 고객에게 이익금을 돌려주게 된다.

투신사의 수익증권, 은행의 신탁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어떤 펀드의 운용실적을 계산할 때 편입된 주식과 채권값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열쇠다.

지금까지 주식은 주가변동에 따라 현재 가격을 반영한 반면 채권은 처음 사들일 당시의 수익률을 그대로 적용했다.

때문에 채권값이 떨어지면 펀드의 수익률도 떨어지고 고객들은 손해를 봐야하는게 본래 신탁상품의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투신.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수탁고를 늘리기 위해 손실이 나면 이를 고객대신 떠안고 일정한 수익률을 고객에게 보장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 시가평가제가 되면 채권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값이 오르내리는 대로 반영하게 되므로 이를 사들여 굴리는 수익증권이나 신탁상품의 수익률도 채권값에 따라 등락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값이 폭락하면 투자자들은 원금마저 떼일 수 있게 된다.

◇ 언제부터 시행하나 =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위해 다음달 15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우선 새로 판매되는 신탁상품부터 시작한 후 오는 2000년 7월에는 기존.신규를 가리지 않고 모든 신탁 펀드에 적용된다.

다만 단기수익증권 (MMF) 과 전환사채.후순위채권등 주식관련 채권, 올 연말까지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가계신탁 등은 시가평가제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개인.노후연금신탁은 2000년 이후 별도의 기준으로 관리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기존 실적배당형상품에 돈을 넣어둔 고객은 2000년 이전까지는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다음달 15일 이후라도 기존펀드에 가입하면 시가평가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 투자요령 = 예를 들어 3년만기 채권으로만 구성된 펀드에서 가입당시 채권 유통수익률이 10%라고 가정할 경우 지금까지는 유통수익률 변화에 상관없이 10%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가평가이후에는 채권 유통수익률의 변화에 따라 펀드의 수익률이 달라진다.

이 상품에 1년간 투자할 경우 편입된 채권의 유통수익률이 9%로 떨어지면 펀드의 수익은 11.81%까지 오르지만 유통수익률이 11%로 오르면 8.22%로 줄어든다.

유통수익률이 떨어지면 반대로 펀드에 편입된 채권값은 오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유통수익률이 급상승하면 원금마저 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리하락이 예견되고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면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금리하락기에는 고려할만한 재테크 방법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따라서 이제부터는 채권형 실적배당상품은 예금이나 저축이 아니라 주식투자처럼 경우에 따라 큰 손해나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 보다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새 제도의 적용전에 기존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한편 지금까지는 중도해지 (환매) 를 할 때 즉시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시가평가제가 시행되면 신청후 3일째 되는 날에야 돈을 찾게 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해둬야할 내용이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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