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마운 김종규 사장님. 부끄러운 최불암 올림.’
“저자들은 책을 받는 상대방의 이름 뒤에 ‘받아 간직해주십시오’란 뜻을 지닌 ‘혜존(惠存)’을 적는 등 자신을 낮추곤 합니다. 좋은 인간관계란 바로 상대를 높이고 나를 낮추는 것에서 시작되지요.”
친필 사인에는 100인 100색 개성이 담겼다. 만화가 박재동(57)씨는 김종규 관장의 캐리커처를 정성스레 그렸고, 중광(1934~2002) 스님은 책 받는 이의 성씨 ‘김(金)’자에 장난스레 눈동자를 그려넣었다. 도올 김용옥(61)씨의 서명은 그림과 글씨, 전각까지 어우러진 한 폭 수묵화다. 반면 이름 두 글자에 인장 하나 간단히 찍은 시인 구상(1919~2004), 귀퉁이에 숨겨놓듯 적 은 소설가 신경숙씨(46)의 서명은 간결해서 오히려 눈에 띈다.
김 관장은 “언젠가는 이런 전시를 하리라 마음먹고 저자서명본만 따로 모아뒀다”며 그 뜻을 말했다.
“저를 ‘마지막 동생’이라 불러주신 구상 시인께선 늘 ‘인연을 살려 쓸 줄 알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자서명본에는 그렇게 인연과 소통을 소중히 여기는 깊은 문화적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