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인 110만 명 시대, 차별의식부터 털어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110만 명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가 90일 이상 체류 중인 외국 국적자와 한국 국적 취득자 등을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음이 통계상으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 포용 의식은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전체 외국인 주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은 임금 체불과 폭력·욕설에 시달리기 일쑤다. 지난해 혼인한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일 만큼 외국인 배우자가 많아졌어도 이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가정폭력과 집단 따돌림 역시 쉬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뿌리 깊은 순혈주의와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천박한 우월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년 전 “단일민족 의식이 한국에 사는 다양한 인종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했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처럼 피부색과 언어의 차이에 따른 외국인 차별 의식을 떨치지 않고선 ‘인종차별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다. 이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도 손쓸 수 없을 지경까지 확대될 게 뻔하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지원책을 쏟아내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전체 다문화 가정의 4분의 1이 몰려 있는 서울시는 10월부터 ‘국제결혼준비학교’를 열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할 남성들을 미리 가르치겠다고 한다.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둔 탓에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국제결혼중개업 표준약관을 제정해 악덕 업체에 의한 피해도 방지한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외국인 주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다. 외국인 기관장 한 명 배출했다고 단번에 우리 사회가 국제화·선진화되는 게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와 배우자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낄 때 ‘글로벌 코리아’는 성큼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