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110만 명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가 90일 이상 체류 중인 외국 국적자와 한국 국적 취득자 등을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음이 통계상으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 포용 의식은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전체 외국인 주민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은 임금 체불과 폭력·욕설에 시달리기 일쑤다. 지난해 혼인한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일 만큼 외국인 배우자가 많아졌어도 이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가정폭력과 집단 따돌림 역시 쉬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뿌리 깊은 순혈주의와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천박한 우월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년 전 “단일민족 의식이 한국에 사는 다양한 인종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했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처럼 피부색과 언어의 차이에 따른 외국인 차별 의식을 떨치지 않고선 ‘인종차별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다. 이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도 손쓸 수 없을 지경까지 확대될 게 뻔하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지원책을 쏟아내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전체 다문화 가정의 4분의 1이 몰려 있는 서울시는 10월부터 ‘국제결혼준비학교’를 열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할 남성들을 미리 가르치겠다고 한다.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둔 탓에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국제결혼중개업 표준약관을 제정해 악덕 업체에 의한 피해도 방지한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외국인 주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다. 외국인 기관장 한 명 배출했다고 단번에 우리 사회가 국제화·선진화되는 게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와 배우자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낄 때 ‘글로벌 코리아’는 성큼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