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평해전 기념탑 건립도 눈치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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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해군 2함대가 2002년부터 인천시 월미공원 내에 추진했던 연평해전 승전기념비 건립공사가 이 지역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중단된 것이 드러났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군이 옛 주둔지에 승전비 하나 못 세우는 기막힌 상황까지 되었다. 이들 단체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 맥아더 장군의 동상 철거운동도 벌이겠다고 한다. 요즘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괴한 일들과 맥이 닿아 있는 행동들이다.

이들 단체는 '서해교전 승전탑 건립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 간의 적대적 구도를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들은 입만 열면 '평화'를 외친다. 그러나 그 소중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1999년 연평해전은 우리 영토인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승리했다면 군의 존재이유상 이를 기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시대착오라면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해도,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와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통일의 시대에 전쟁기념관 웬 말이냐'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우리는 북쪽 동포의 어려운 상황을 도와주면서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 북측과 교류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과 우리의 대북 안보태세를 확고히 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이들 단체는 안보가 튼튼해야 그들이 바라는 남북교류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군의 태도도 꼴불견이다. 처음에는 연평해전의 승전과 의의를 부각시키는 탑을 설립하기로 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자 2함대가 이 지역에 주둔했다는 점을 알리는 기념비 정도만 짓기로 했다고 한다. 서슬 퍼런 시민단체들의 일갈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왜 이렇게 당당하지 못하고 비겁한 처신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시민단체들은 연평해전 승전비 건립 방해를 당장 중지하고 해군도 원래의 계획대로 추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