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기' 시상식 IMF 고통분담 동심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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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잠을 못 이루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남의 돈을 빌려 공장을 운영하셨는데 '요즘은 10만원 빌리기도 힘들다' 며 누군가와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의 얼굴에서도 차츰 웃음이 사라지고…. " (강지영.충북 동명초)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회장 金富成가톨릭대 부총장)가 벌이고 있는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 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글엔 동심에 투영된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그대로 담겨 있다.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회 사랑의 일기 시상식에선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 서민정 (12.서울 오금초 5) 양이 국무총리상을 받는 등 1천5백7명의 초등학생에 대한 표창과 함께 우수 일기장이 전시됐다.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 은 어린이들에게 일기쓰기 습관을 길러 사회 도덕성을 회복한다는 취지로 인추협 주관.중앙일보 후원으로 91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8년 동안 3백80만권의 일기장이 무료로 보급됐으며 올해는 전국 4천8백개 초등학교에서 2만5천여명이 시상에 응모했다.

올해 출품된 일기장에는 특히 최근의 경제난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어린이들은 고용불안.임금삭감에 힘들어 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가벼워진 장바구니에 한숨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고 IMF에 대한 두려움도 표현했다.

어린이들은 "햄버거.피자를 사달라고 어머니를 조르지 않겠다" "몽당연필을 만들었다" "7곳의 가게를 돌아다녀 우유값이 가장 싼 곳을 찾았다" 며 절약사례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자 인추협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일기장 한쪽에 경제상식 등이 인쇄된 '사랑의 경제일기장' 2만권을 보급해 '경제일기 쓰기 운동' 도 전개했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국무총리상 = 서민정 (서울 오금초 5).김동우 (충남 대흥초) 교사.광주 문정초 (단체) ▶행정자치부장관상 = 이주희 (서울 역촌초 6) 외 5명, 김선미 (강원 횡성초) 교사 외 5명▶교육부장관상 = 송도경 (서울 남성초 4) 외 2명, 전북 갈담초 외 2개교 (단체) ▶문화관광부장관상 = 배정은 (서울 구산초 6) 외 3명, 김재순 (경남 월성초) 교사 외 1명▶환경부장관상 = 박시형 (서울 노원초 3) 외 5명▶중앙일보사장상 = 이재윤 (서울 서원초 4) 외 15명.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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