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 파주 교하지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21일 오후 1시 파주시교하면 동패.다율.문발리 일대 교하택지개발예정지구. 자유로와 인접한 67만여평의 교하지구는 개발정보가 사전에 새나가 투기열풍이 휩쓸고 지나갔다는 의혹 (본지 21일자 19면 보도) 의 진원지답지않게 여느 농촌 마을처럼 평온했다.

다만 마을길 옆 곳곳의 '97년7월22일 택지예정지구로 지정됐다' 는 안내판과 농가주택 담벽의 '수용 및 택지개발 결사반대' 라는 을씨년스런 문구만이 이곳이 택지개발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율리 청석초등학교에서 2㎞ 가량 들어가 동패4리에 이르자 푸른색 지붕에 연두색칠을 한 13~15평 짜리 판넬로 된 조립식 건물 1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집앞에 모여있던 20~40대 주부 4명은 취재진이 "언제 집을 지었고 어디서 이사왔느냐" 고 묻자 곤란한 표정으로 "아무 것도 모른다" 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곳에서 1백여m 떨어진 동패4리 444번지 일대에도 똑같은 형태의 건물 20여채가 세워져 있다.

마을 원주민 安모 (66.농업) 씨는 "이들 건물은 지구지정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에 지어졌으며 대부분 외지인들이 땅을 사들여 집을 지었다" 고 말했다.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보상이 이루어지는 내년에 조립식건물이 정상 건축물로 인정될 경우 토지 및 건축보상은 물론 아파트 입주권이나 단독택지 (50~70평) 를 우선분양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하리에 있는 쌍용공인중개사무소 김태일 (金泰逸.35) 부장은 "준농림지내 밭과 임야가 95년말 평당 5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초부터 1백만원 이상으로 뛰는 등 땅값이 개발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비해 2배 넘게 올랐으며 그나마 매물조차 없었다" 고 말했다.

교하지구 주민들은 "대부분이 96년 무렵부터 개발내용을 알고 있었다" 며 "택지지구 개발정보 유출로 부동산 투기만 조장하고 투기꾼들만 살찌우는 허술한 정책에 분노가 치민다" 며 한결같이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