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형금융기관 사령탑들 헤지펀드에 물려 줄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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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헤지펀드의 붕괴가 세계 굴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의 사임사태로 번지고 있다.

자산규모 미국내 5위인 뱅크아메리카의 데이비드 콜터 (51) 행장은 20일 "오는 10월31일자로 물러나겠다" 고 공식 발표했다.

그의 사임은 헤지펀드인 D.E.쇼에 대출해준 14억달러가 물리는 바람에 3분기 이익이 78%나 급감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터행장은 지난주 이사회에서 맥콜 쥬니어회장으로부터 경질방침을 통보받은 후 이날 사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내이션스은행과의 합병 (합병자산규모 4백30억달러) 으로 덩치를 크게 키운 뱅크아메리카는 헤지펀드에 대해 거액의 융자를 꺼리지 않는 콜터 행장의 공격적 경영으로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유럽 최대 은행인 스위스 유니언 은행 (UBS) 의 마티스 카비알라베타 회장과 이사 3명이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LTCM)에 내부규정을 어기고 거액의 대출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전격 사임했다.

UBS는 롱텀캐피털 사태로 인해 22억 스위스프랑 (약 16억1천만달러) 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21일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앞으로 헤지펀드들에 대한 피해규모가 속속 드러나고 투자가들이 12월31일 결산을 맞아 자금을 대거 회수할 경우 주요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문책인사가 이어질 것" 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노무라 금융그룹도 21일 이사회를 열어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노무라 애셋 매니지먼트의 다쿠보 다다시 (田窪忠司) 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노무라증권은 미국 자회사가 부동산 투자등에서 1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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