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도로 149㎞ 만든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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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 김상범 도시교통본부장은 5일 “지상의 도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총연장 149㎞의 소형차 전용 지하도로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지하도로는 지하 40~60m에 복층 구조로 건설된다. 남북 3개 축과 동서 3개 축이 격자형으로 연결되고 도심에 2개의 순환도로가 생긴다. 서울시는 지상도로를 8차로에서 6차로로 줄여 자전거나 보도 등 친환경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서울의 도심 통행속도는 1996년 시속 16.4㎞에서, 2002년 16.3㎞, 2005년 14.0㎞로 떨어졌다. 교통혼잡비용은 해마다 5%씩 늘어 2005년에 6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로를 확장하거나 신설하려고 해도 보상비가 많이 들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서울시는 “지하도로망이 건설되면 지상 교통량의 21%를 흡수해 지상의 통행속도가 시속 8.4㎞ 빨라지고, 서울 전역을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돼 교통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화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관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막대한 공사비다. 서울시는 사업비용을 11조2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기존의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남북 3축 지하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선 하나당 사업비가 1조8000억~2조원에 달하는 반면 이용자의 통행료에 수익을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선뜻 나서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추진 중인 7개 경전철과 5개 민자도로가 완공되면 지하도로 이용자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자칫 시민의 세금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서울산업대 김시곤(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벨기에의 경우 지하도로 이용자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지하 60m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나 화재 등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남서울대 김황배(지리정보공학) 교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빨리 이송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압이 어려운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비상 대피소와 자동 분무기를 설치하고, 토양 정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화재와 매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도로와 지하도로 접속 부분의 지체를 해결하는 것도 숙제다. 계획에 따르면 지하도로의 진입로는 37개소, 진출로는 33개소다. 이와 관련, 서울대 강승필(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현재도 내부순환도로와 일반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 상습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상도로로 나올 때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내 중심으로의 접근도 만만치 않다. 4개의 도심 IC는 외곽으로 빠지는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 도심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은 도심 지하도로에 있는 대형 주차장에 주차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이동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강 교수는 “진·출입이 자유롭지 않으면 효율성이 떨어져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심으로의 차량 진입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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