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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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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금력이나 생산.판매 등에서 대기업에 뒤지는 중소기업들이 기술과 판매망을 공유하는 등 '약자 (弱者) 연합' 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동기술개발을 통해 제품개발.수주활동에 함께 나서는 등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생물공학분야 벤처기업인 한국미생물기술은 최근 환경오염 방재회사인 에코솔루션, 엔지니어링 업체인 한텍, 기초 생명공학기술을 보유한 제노텍.펩트론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들 5개 업체는 상호제휴를 통해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2~3개 업체만이 참여하는 형태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

구본탁 한국미생물기술 사장은 "발주처가 요구하는 기술조건이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한 중소기업이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5개사의 기술을 통합하면 어느 대기업 못지 않는 기술력을 가지게 될 것" 이라고 제휴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한국미생물기술과 에코솔루션은 기름에 오염된 주유소 토양을 원상복원하는 작업 2건을 공동 수주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가장 활발한 업종은 컴퓨터 및 정보통신 분야.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핸디소프트.아이에스에스 (ISS) 와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이같은 제휴를 통해 핸디소프트는 자사 소프트웨어인 '핸디오피스' 에 안철수연구소의 컴퓨터바이러스 진단.치료.예방용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켜 별도의 바이러스 백신을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인터넷에서 특정 정보의 차단막 역할을 하는 방화벽 개발업체인 ISS는 안철수연구소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인터넷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바이러스 월' 이란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판촉활동도 함께 벌이고 있다.

PC통신을 통한 온라인게임 사업을 하고 있는 청미디어 등 4개 업체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넷게임 서비스' 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기계실.회선을 공동사용하고 영업.홍보까지 함께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들 업체는 또 컨소시엄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 위해 실무진을 미국에 파견했다.

사내통신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나눔기술도 한글과컴퓨터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공동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같은 중소기업간의 제휴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개발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또 상대 중소기업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체로 취급하는 대기업과의 제휴에 비해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산업연구원 양현봉 박사는 "제휴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정보부족과 기술공개 기피 등이 장애물" 이라며 "전략적 제휴를 맺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세제상의 혜택이나 정책자금을 우선 배정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공동 생산시설 마련에 집중되던 협동화사업기금을 기술제휴를 맺는 중소기업에게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적극 촉진하기로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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