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회]하.퇴출없는 '낙원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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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원회관 지하층의 의원전용 목욕탕. 의원들과 국회사무처 국장급 이상만 드나들 수 있다.

국회가 열릴 때면 하루 20~30명 정도가 이용하지만 폐회기간 중에는 한산하다.

텅텅 빈 목욕탕이지만 그래도 항상 열어놓는다.

국회사무처는 이곳에 5급 직원을 배치했다.

직함은 체력담당관. 사무처는 4~6급 통역관 6명을 두고 있다.

의장단의 해외방문 등을 대비해서다.

올해 의장단은 한번도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IMF 이전에는 한해 3~4회 방문 정도였다.

필요할 때 전문통역사를 고용하면 되는데도 국회측 답변은 "그래도 입법부 체면이 있는 게 아니냐" 고 반문한다.

구조조정의 예외지대로 국회의 실상은 사무처 조직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사무처는 일반직 5급 이상이 2백31명, 6~9급이 3백54명이다.

정부부처의 경우 96%가 6급 이하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엄청난 직급 인플레임을 알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은 1급이지만 국회도서관장은 차관급이다.

직원이 38명에 불과한 의정연수원장도 차관급이다.

국회 사무처는 "입법부 직원들의 직급이 낮으면 행정부처 공무원들이 무시한다" 고 말한다.

현재 의원 보좌진을 제외한 순수 국회인력중 입법지원과 대 행정부 감시 역할을 하는 인력은 3백20명 (일반직.별정직.기능직 모두 포함) 이다.

반면 행정지원 인력은 6백명을 넘는다.

거기에 방호원.기능직 등 준 행정인력을 포함시키면 1천3백여명, 입법보조기능과 자체 행정인력 비율이 1대4인 셈이다.

여의도동 1번지의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국회에는 총무과장이 3명이다.

본청과 도서관.의원연수원에 각각 총무과가 있다.

과 (課)가 있으니 계장과 직원.여비서 등 줄줄이 자리가 만들어진다.

본청과 도서관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산실을 별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홍보업무도 따로따로다.

입법고시 출신인 입법조사관 Q씨는 "사무처에는 비슷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들이 수없이 많아 직원들조차 구별이 쉽지 않다" 고 말했다.

하위.기능직들도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스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임위의 국회 내부 방송을 하는 방송과는 직원이 35명이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할 일이 없음은 물론이다.

요즘은 중계마저 자동화돼 상임위 여직원이 필요할 때마다 스위치만 누르면 저절로 작동되는 마당이다.

경위가 73명이고 경찰병력이 철통경비를 하는데도 94명이나 되는 방호원들이 따로 있다.

국회에선 이발사.차량정비사 등도 정년이 보장되는 정식 직원이다.

차량정비소의 경우 8명이 근무하지만 정비를 받는 차량은 28대에 불과하다.

국회는 감사에서도 무풍지대다.

입법부라는 명목 때문에 감사원도 직무감찰을 안한다.

국회 감사관실에는 11명이나 인력이 있지만 "국회의원 재산변동 상황을 관리하기도 벅차다" 는 게 감사관의 말이다.

김종혁.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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