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경제 아닌 전략적 합의문 한·미 의회, 반드시 통과시켜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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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10면

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하계포럼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전략동맹을 넘어 미래비전 파트너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1일 “세계 금융위기로 많은 국가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의 개입은 임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주최 2009 하계포럼에서다. 그는 “이번이 대통령 퇴임 후 두 번째 해외 출장”이라며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이고 역동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로 세계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개방된 시장과 혁신·인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 온 부시 전 대통령

한ㆍ미 관계에 대해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하고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합의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실망스러운 것은 재임기간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시간10분 동안 진행된 강연과 일문일답에서 한·미 FTA 통과를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을 세 차례 방문해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며 “이 자리를 빌려 고(故) 노무현 대통령 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저녁 제주도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다음은 부시 전 대통령과 사회자의 일문일답.

-대통령 퇴임 후 생활이 어떤가. 바쁜가.
“시속 100㎞로 달리다가 0㎞로 달리는 기분이다. 좀 어렵다. 대통령 재임 때는 끊임없는 스케줄이 있었다. 퇴임 후에 갑자기 아무것도 없어졌다. 지금은 저술 중이다. 특강도 많이 한다. 아내도 책도 쓰고 특강도 하고 있다. 이번 주말 두 딸이 집에 오기로 했다. 그래서 아내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은퇴 이후 가장 아쉬운 점은.
“에어포스원이 매우 편했다.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웃음) 백악관에 있을 때는 대우를 잘 받았고 직원도 훌륭했다. 같이 일했던 직원이 그립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등이 개인적으로 친구가 됐는데 퇴임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인터넷이 있어 e-메일 등을 통해 접촉할 수
는 있다.”

-세 명의 한국 대통령과 만났다. 세 분 중 가장 친한 대통령은.
“세 분과 아주 가까웠다. 세 분 모두 존경한다. 보통 외국 지도자를 만날 때 ‘당신 마음속에 무엇이 있느냐’며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질문하곤 했다.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런 의견 차를 어떻게 해소했나.
“간혹 해소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했다. 큰 이견은 없었다.”

-한·미 FTA의 의회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정치는 꼭 합리적인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양당은 보호주의적 성향이 있다. ‘반한국’이 아니라 ‘반무역’인 것이다. 무역을 통해 미국 시민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나는 무역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드시 한·미 FTA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한·미 FTA를 통과시켜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 합의문이 아니다. 전략적인 합의문이 될 것이다.”

-한ㆍ미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재임 중 한·미 문제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뒤로 미뤄졌다고 보기도 하는데.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가.
“(한·미 문제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뒤로 미뤄졌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 북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참여하기를 바랐다. 왜 이라크만큼 신경 쓰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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