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해수욕장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주말 자정 무렵, 충남 대천 해수욕장 만남의 광장에는 즉석 만남을 원하는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다. 짧은 치마와 반바지를 입은 네 명의 앳된 여성들이 20대 남자들과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고급승용차에 덜컥 탑승을 한다.

대천 해수욕장을 찾은 이모(22·여)씨는 “여기에 있으면 1-2시간 만에 10번 이상 헌팅이 들어온다”며 “해수욕장에 오면 아무래도 개방적이 된다”고 털어 놓는다. 그녀의 친구 김모 씨는 “밤마다 이뤄지는 즉석 만남을 위해 의상과 화장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게 사실" 이라며 "당장 마음에 들어도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날 지 몰라 일단 휴대폰 번호만 받아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들이 즉석 만남을 거쳐 같이 가는 곳은 주로 주변의 술집이나 상대 남성들의 숙소인 모텔, 민박촌이다.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으면 방에서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함께 뒤엉켜 아침을 맞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이준희 씨는 “이용객의 대부분이 20대고, 그 다음이 10대”라며 “처음 만난 젊은이들이 새벽까지 시끄럽게 놀고, 한방에서 엉클어져 자는 모습을 흔히 본다”고 말한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성폭행도 많이 일어난다.

경찰은 “대천 해수욕장의 성폭행 범죄는 머드축제 개막일과 7월 말부터 8월 초순 사이 10일 정도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하루에 2-3건이 접수된 적도 있다. 올해 머드축제 개막일인 7월 11일 오전 6시 경 23세 여성이 휴가 나온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더 큰 문제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안 하는 10대들이다.

경찰은 “민박촌이나 모텔에서 술에 취한 채 같이 자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10대들은 거의 신고를 안 한다”며 “10대 성폭행 사건은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부모 없이 친구끼리 내려온 10대들은 신고를 꺼린다”고 한다. 작년에 신고된 7건의 성폭행 사건 중 10대의 경우는 아예 없었다. 또 신고를 했다가도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신고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피서철이 되면 경찰은 대천 해수욕장 지구대원을 5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전경 1개 중대를 추가 배치한다. 지구대에서는 해수욕장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로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성폭행 사건이 주로 민박집이나 모텔 등 실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김현우 지구대장은 “술을 마시는 청소년을 보면 제지하거나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신고를 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주의조치가 필요하다”며 “자녀들을 피서지로 보내는 부모들도 항상 비상연락처를 챙겨두는 등 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취재팀이 대천 해수욕장을 빠져 나와 기차역으로 가는 택시 안, 차를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10대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택시기사는 "여비가 바닥난 10대들이 서울까지 차를 태워달라며 저렇게 서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피서철, 젊은이들의 위험한 일탈이 번지고 있다.

김정록·임은미 기자

▶[관련 동영상 새창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